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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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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음식 리뷰도 요리다 식단을 세우고, 좋은 재료들을 선별해, 다양한 조리법으로 익히고, 각종 향신료를 첨가해 새로움을 더하고, 보기 좋게 장식해서 아름답고 맛난 요리를 만들어 낸다. 쉐프가 하는 일이다. 글의 주제와 골격을 세우고, 뇌속의 경험을 치환할 적절한 단어를 선별해, 다양한 문장으로 구성하고, 각종 수사법을 첨가해 새로움을 더하고, 보기 좋게 장식해서 아름답고 맛깔난 리뷰를 만들어 낸다. 리뷰어가 하는 일이다. 쉐프의 일과 리뷰어의 일은 다르지 않다. 똑같다. 재료만 다를 뿐이다. 쉐프는 식재료를 사용하고 리뷰어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는 점이 다를 뿐. 그러므로 리뷰는 요리다. 밥짓기 글짓기 옷짓기 집짓기. 조상들도 이미 다 같다는 걸 알았다. 맛난 요리를 만들려면 식재료가 다양하고 신선해야 하듯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리뷰를 쓰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쉐프가 장에 나가 좋은 식재료를 확보 하듯이, 리뷰어는 어휘와 어휘력 그리고 표현력을 늘려야 한다.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많이 습득해야 한다. 이게 리뷰어의 어려운 점이다. 그러나 어휘는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어휘는 식당에서 사먹을 수도 없다. 맛난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어휘력이 자동으로 늘지도 않는다. 아무리 다양하고 맛난 음식을 맛보고 기억한다고 해도, 그 뇌 속에 기억된 오감을 추출해 언어로 바꾸어 내지 못한다면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맛난 리뷰를 만들려면 접시 위의 식재료 뿐 아니라, 뇌 속의 식재료가 다양하게 늘어나야 한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좋은 요리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고, 가격도 적절해야 하듯, 좋은 리뷰는 몇 가지 특징과 덕목을 갖는다. 첫째, 글도 요리처럼 맛이 있어야 한다. 글에도 맛이 있다. 맛있는 글은 여러 가지 재미가 있는 글. 기승전결의 구성에서 오는 논리의 아름다움, 물흐르는 듯한 문장의 수려함, 단어 자체가 가지는 상큼한 뉴앙스, 제철 식재료처럼 딱 들어맞는 제철 향기나는 문장, 기발한 반전과 눈물짓는 유우머, 빙그레한 위트, 절묘한 비유, 감탄과 과장 등 글이 주는 수많은 재미들이 솥밥 속에 든 잡곡들처럼 조금씩 골고루 들어 있으면 좋다. 맛난 글을 지어야 한다. 둘째,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글 속에는 필자가 이야기하려는 핵심이 있다. 음식리뷰에도 필자의 자기 주장이 들어 있다. 음식을 먹고 지르는 외마디 ‘헐’도 엄연한 자기 주장이다. 맛이 있다든지 없다든지. 허나 주장만 있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혼자만의 주장이어서는 곤란하다. 자기 주장만 있는 것보다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덧댈 수 있으면 더욱 신뢰 받는 글이 된다. 경험적 근거 혹은 다른 참고 사실들을 나열해 필자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여겨지고, 나아가 독자들을 설복할 수 있다면 형식적인 ‘좋아요’ 버튼이 아니라 심금을 울리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과연’이란 단추를 누르게 하는, 격한 공감을 얻는 좋은 리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이 재미와 공감에 더하여 유용한 정보와 새로운 지식을 줄 수 있으면 더욱 좋은 리뷰가 된다. 먹는 즐거움도 좋지만 거기에 더해 알아가는 즐거움도 주면 금상첨화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새로운 지식, 좋은 식당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더더욱 훌륭한 글이 된다. 이 식당의 밥을 잘 먹었는데 식재료들이 다소 비리고 신선하지 않아 리뷰에 쓸 말이 ‘가디록’ 떠오르질 않아서 리뷰 같지 않은, 정말 같잖은 리뷰를 올리는 걸 부디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휘력이 가디록 매우 딸립니다.

가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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