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무한한 능력과 유한한 능력 달인 프로에 나온 식당은 잘 믿지 않지만, 가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달인들을 소개하므로 즐겨 본다. 배추 달인이 나온 적이 있다. 눈을 가리고 배추를 조금 떼어 맛보고 수많은 배추의 품종을 정확하게 맞춘다. 15년간 배추 연구에 몰두한 결과라고 한다. 맛을 보고 맞출 뿐 아니라, 배추잎을 부러뜨리는 소리만 듣고도 정확히 맞추니 이 달인의 미각과 청각은 대단하고 놀랍다. 실로 인간의 능력은 개발하고 훈련하기에 따라 무한하다. 반면 범부들의 미각은 생각하는 것보다 형편없다. 오래전 재미난 실험을 한 가지 했다. 동료 30여명 모임에 장난기가 발동하여 위스키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과연 우리가 술맛을 아는가. 한 회사의 30년,21년,17년 된 위스키 한 잔 씩 연달아 맛보고 맞추기. 이름하여 68년 주. 놀랍게도 30명 중 오직 세 명 만 맞추었는데, 이 세 명을 다시 블라인드 테스트 했을 때에도 맞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처참한 결과였다. 술맛을 자신하던 주당들의 코가 납작해졌다. 결론은 위스키맛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반인들의 미각은 매우 유한하다 못해 부정확하다는 것. 어제는 금문고량주 58도. 블랙레이블과 화이트레이블 테스트. 함께 놓고 조금씩 번갈아가며 마셔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느끼나, 한 잔만 따로 놓고 마시면 맞출 수 없음. 우리들의 미각은 참으로 둔하고도 둔한 것이다. 훈련하지 않으면 개발되지 않는 미각. 술반입료를 내지 않아 동료 주당들과 매우 선호하는 식당이 되었다. 북경오리 맡긴차림. 여름에 인기 있던 코끼리조개는 자취를 감추고. 아보카도문어샐러드, 참소라간장소스, 해삼전복, 장어튀김, 북경오리, 공심채볶음, 오리살볶음, 삼채소고기, 군만두(추가메뉴. 군만두는 서비스가 아님) 짜장면 혹은 짬뽕 후식 메뉴에서 선택하지 않는, 주방에서 내 주는대로 맛보는 중식 맡긴차림. 무엇이 나올지 미리 알지 못하는 궁금함이 흥미를 더한다. 비키니보다 헐렁한 원피스가 더 선정적인 것처럼. 중식 맡긴차림은 식객들이 골라 시키는 것보다 훨씬 알차고 맛난 식사가 되었다.
더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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