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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추천해요
3년

어떻게 해 드릴까요? 휴가 날 점심, 오랜만에 생각이 나 들렸다. 늘 짧은 머리를 하는 체격이 다부진 사장이 일행 기다리시는 동안에 드시라고 순대와 고기를 한접시 내 온다. 단골의 특별한 대접이다. 따듯한 순대를 몇 점 드는 동안. 빨간 꽃무늬가 올오버로 박힌 노란 쉬폰 원피스 입은 20대로 보이는 손님이 혼자 들어와 건너건너 테이블에 앉았다. 사장이 묻는 말. 어떻게 해 드릴까요? 그녀의 주문은 대창만! 순간 나는 귀를 의심. 이런 메뉴도 있었나? 우와 젊은 친구가 혼자 딱 들어와 순대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 대창만 넣은 순댓국을 주문하다니. 나도 이건 먹어보지 못했다. 아니 있는 줄도 몰랐다. 이 주문을 듣고 벽에 붙은 메뉴를 다시 꼼꼼히 쳐다보니. 순댓국 종류가 수 없이 많다. 뭐 빼고 뭐 빼고, 뭐만 넣고 뭐만 넣고. 참 한 가지 메뉴로 다양한 식객들의 입맛을 다 수용한다. 이런 한식 메뉴가 순댓국말고 또 있을까? 햄버거나 핫도그는 개인의 시시콜콜한 요구를 들어주는게 당연하다 여기면서. 설렁탕에 기름 빼고, 냉면에 고명을 뺀 민자 등 한 두 옵션은 있어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옵션이 있는 한식은 오직 순댓국뿐이리라. 아! 그래서 사장은 뭐 드실래요가 아니라 어떻게 해 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이구나. 새삼 이 집 순댓국의 세심한 버라이어티를 고맙게 느낀다. 그냥 ‘주는대로 먹어’ 가 대부분의 식당 정서인데. 골고루가 디폴트. 순대만, 머릿고기만, 내장빼고, 순대빼고, 머릿고기빼고, 대창빼고, 내장만, 오소리감투만, 아기집만, 대창만. 11가지 순댓국. 일단 디폴트에 여러 가지 부위를 넣어야 이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대창만이 제일 비싸다. 골고루 만원. 대창만 만육천원. 이 집 순댓국의 내용물은 정말 푸짐하고 맛있다. 단점은 돼지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 순대 딱 세 알 들어간 일반 프랜차이즈 순댓국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순대, 머릿고기, 위장인 오소리감투, 혈관, 대창 및 잡고기 들이 듬뿍 들었다. 도대체 특은 고기의 양이 얼마나 될지 짐작할 수도 없다. 첫 수저로 국물을 맛 본 다음 새우젓으로 간하고. 고기와 순대를 꺼내 새우젓이나 순대소금에 찍어 먹고. 따로 청한 들깨가루와 다진 마늘 넣고 풀어 국물을 맛보고. 푹익은 깍두기와 김치를 쭉쭉 찢어 순대나 고기와 함께 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순대와 고기가 줄지 않지만, 반쯤 남으면 깍국을 넣어도 좋고 다데기를 한 수저 풀고 밥을 만다. 다 먹기 벅차다. 완순하기 어렵다. 이 집의 순대국은 이름이 틀렸다. 하도 내장과 머릿고기가 많이 들어 돼지내장탕이라 불러야 한다. 할머니 돼지머리순대내장탕!

할머니 순대국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293 선진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