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기반 사케바의 배불리 먹는 맡긴차림 두상이 동글동글 잘 생긴 동자승 같은 젊은 두 쉐프가 맞아준다. 오픈 반 년. 계절마다 바뀌는 코스의 시즌 2. 저녁 5:30, 6:30, 8:00 세 타임 운영.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해 한 타임에 6명만 받는다고 한다. 테이블도 몇 개 있고 자리가 넉넉한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운영이다. 이날은 내 일행외에는 손님이 없었다. 식당 이름의 내력을 물으니 ‘좋은 식재료를 여기 저기서 모으는 걸 즐긴다’는 이유. 하여 이름이 ‘수집’. 난 술집인 줄 알았다. 캘리그라피가 쉐프들의 민머리와 참 잘 어울린다. 인류의 최초의 활동은 ‘수렵과 채집’. 식재료 원산지 표시를 이렇게 자세하게 표 한 식당도 드물다. 차완무시. 일반적인 계란찜 위에 옥수수죽 올리고 허브오일. 내용물은 없이 심플하다. 안주 3종. 흑골뱅이, 무화과, 회무침. 무화과 위에 스미소 올리고 프로슈토 위에 포도 반알. 광어와 참치등살을 감칠맛 나는 간장소스로 잘 무쳐낸다. 삼란 파스타. 이 식당의 시그니쳐. 노른자, 명란, 연어알을 잘 섞어 폰즈베이스로 느껴지는 소스로 가는 카펠리니와 비벼 먹는다. 양이 많은 탄수화물을 꽤 일찍 배치했다. 지느러미살 등의 광어, 성게소 올린 한치, 잿방어, 단새우와 참치등살. 초생강과 와사비외에 소금다시마를 양념에 포함했다. 이 시오곤부가 신선한 양념이 된다. 성게소는 식당을 잘 반영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 향이 좀 부족하다. 이 우니는 아예 쓰지 말고 다른 메뉴로 대체하는 게 나을 듯. 인상만 나빠진다. 2부 이후는 사케 보틀 주문 필수. 핫카이산 나마. 19도. 생주의 향기. 맡긴차림의 가격은 약간 낮게, 사케의 가격은 약간 높게. 쉐프들의 의도가 나타난다. 식당 술 시키니 가져가 마신 프로세코는 코키지후리. 국물요리. 쇠고기와 닭고기로 잘 우려낸 육수. 백목이, 표고, 두부, 스지, 새우 라비올리를 넣고 황금팽이버섯을 띄웠다. 국수나 밥 말아도 될 정도로 양이 많다. 입가심. 옥수수 위에 피문어. 상큼한 오렌지 젤리로 덮고 오크라로 장식. 셔베트의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시그니쳐. 사과나무로 훈연하여 익힌 큼직한 금태를 밥 위에 올려 노른자소스로 비벼 먹는다. 뚜껑을 열면 훈연한 연기가 확 피어 오른다. 매콤한 구운 꽈리고추가 심심함을 잡는다. 튀김요리. 춘권 모양. 피가 참 얇고 바삭하다. 낙지와 양파를 굵게 다져 속을 채우고 노른자 가루와 매실소스를 얹었다. 작은 스포이드에 트러플 오일. 한 조각에만 뿌리는 게 좋다. 시소 샤베트. 민트를 잘라 올렸다. 쉐프들의 다양한 조리 경력을 보여 주는 구성. 모두 다 친절하고. 요리도 가격도 그만하면 좋고, 양도 많다. 자리와 식탁이 넓고 쾌적한 식당. 코키지 가능하고 조용하게 일행들과 식사할 수 있는 장점. 사케가 골고루 잘 갖추어진 장점. 사케바인데 단품이 없는 게 흠. 주차불가와 주류필수가 단점이다.
성수 수집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길 1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