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의 냉면 냉면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약간의 짠맛과 감칠맛이 대부분이다. 매우 제한적이다. 여러 가지 맛을 한 식사에서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냉면은 그렇지 않다. 그 심플한 맛이, 그 밍밍한 맛이, 그 슴슴함이 오히려 매력이다. 시원함과 단순함, 감칠맛 나는 풍성한 육수에 담긴 부드러운 면이 전부다. 이 심심한 냉면 맛의 제한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완하기도 한다. 달달한 배채를 올려 단맛을, 새콤한 무우채, 무절임 혹은 식초를 둘러 신맛을, 매콤한 고춧가루, 겨자를 풀거나 하여 매운맛을 첨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명이나 양념도 있는 듯 없는 듯 과하지 않게 씹는 재미만 얹는다. 교동면옥의 냉면. 주문하면 개인마다 냉면상이 나온다. 뜨거운 면수 한 컵. 여기에 물에 헹궈 낸 듯한 다진 김치, 무우 절임, 겨자가 각각 찬으로 담겨 있다. 이어 냉면을 말아 내 와 상위에 놓아 준다. 냉면은 두 덩이로 나눠있고, 우측 덩이 위에 무우절임, 오이절임, 배 한 조각, 편육 한 조각 그리고 완숙계란 반쪽이 엎어져 있다. 처음 보는 두 덩이 냉면의 프리젠테이션이다. 아마 일인 쉐프업장이라 나르기 편하도록 이렇게 상으로 내리라. 물어보진 않았지만 쉐프는 냉면의 가장 심플한 상태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놓인 모양으로 보아 먼저 육수를 맛보고, 고명을 얹지 않은 덩이를 풀어 냉면면발을 맛보고, 그 다음에 아주 간이 약한 고명들과 함께 면을 맛보라는 뜻이다. 김치고명을 한 번에 얹지 않고 따로 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냉면의 맛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듯하다. 주장답게 육수는 한우사태로, 면은 75프로. 순면 못지 않게 부드럽다. 육수는 맑고 슴슴한 편이다. 장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중간 굵기의 면발은 희고 부드럽게 익혔다. 탄력이나 매끄러움은 없는 면발이 육수를 머금어 씹을 새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든다. ‘냉면의 슴슴함은 이런 것이다.’ 라고 하는 외침이 쉐프의 희고 높은 모자로 말하는 듯 했다.
교동면옥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13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