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세레나데 단골 오마카세 쉐프는 가깝다. 내 식성, 주량은 물론 성격까지 안다. 그래서 친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내가 모셔 오는 손님들에 따라, 그리고 모임의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순발력있게 대응한다. 오샤베리의 기술이다. 음식으로만 말하지만, 음식이 전면에 나설 때와, 뒤로 물러날 때, 대화와 설명의 타이밍을 소스처럼 절묘하게 잘도 섞는다. 태풍이 지나간 여름은 더웠다. 쉐프의 등 넘어 우거진 녹음은 올 해가 지나면 이제 마지막이다. 오마카세에는 어울리지 않는 주종이 없으나, 늘 하던 생맥이나 스파클링을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스카치로. 꼭 한 달 전. 오프라인에서 뵙는 첫 홀릭 한 분과 동석해 스트레이트로 잇는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음식 얘기, 사는 얘기로 무르익는다. 마치 오래 전부터 만난 사이처럼 금새. 한 두 해 먹어 본 것도 아닐 뿐더러, 사계절 빼 놓고 간 계절이 없지만 구쉐프의 오마카세 구성은 언제나 내게 새롭다. 재료도 조금이라도 다르게, 요리법도 다르게, 프리젠테이션도 다르게 한다. 지겨울 새가 없다. 도대체 끝은 어디일까, 매력을 늘 감추고 팔색조처럼 바꾸는, 그 화려하고 풍부한 레퍼트와. 유려한 구성. 안주 차완무시 붉바리 뿔소라 잿방어 가맛살 민어 가맛살 민어 뱃살 도화새우 단새우 껍질 벗은 문어다리 대게살 찐전복과 성게소 모시조갯국 문어조림 스시 잿방어 광어지느러미 농어 보리새우 참치등살 참치뱃살 히쯔마부시와 민어매운탕. 초면에 위스키를 너무 달려, 중간에 힘들게 해서 너무 송구한 저녁. 다음엔 천천히 언더락스로. 비장의 히까리모노는 시작도 못하고 식사를 하시게 해서 아쉬운 저녁. 다음을 기약합니다. 꼭 안단테나 아다지오로.
구상 노 사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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