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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추천해요
2년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들어야 할 흑돼지 마스터 클래스 그의 다섯시간반에 걸친 강의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 흑돼지의 해부, 2막 부위별 시식. 1막은 1장 전지 및 목살의 해부, 2장 몸통의 해부. 2막은 1장 몸통살, 2장 목살, 3장 기타의 시식으로 나뉜다. 식객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면 이 클래스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식당에서 주문하여 먹는 부위는 구체적으로 돼지의 어느 부분이며, 어떤 근육인가. 이 부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형되는가? 각 부위에 따른 맛의 차이, 나아가 각 부위 안에서도 차이가 있는가? 어떻게 굽는 것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가? 사실 모르고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알면 더 맛있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학문은 분류에서 시작된다. 무엇과 무엇이 서로 다르다는 분류. 그 미묘한 차이를 아는 것이 전문가의 필요조건이다. 고기를 척 보고 안다. 고기밖을 보고 안을 상상하여 맞춘다. 어떻게 좋은 고기를 선별하고 어떻게 해야 맛난 고기를 구울 수 있는가. 쉐프의 답은 ‘돼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겹살도 다 같은 삼겹이 아니라 여러 부위로 세분할 수 있고, 이 세분한 부위의 맛이 다르며, 이 맛의 차이를 바로 이 자리에서 알 수 있는 곳. 이 곳은 식당이 아니라 강의실이다. 무궁하게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소다. 실제로 요약된 강의요점과 학습목표 및 강의 순서, 음악회로 말하면 곡설명과 레퍼트와가 미색 화지에 인쇄되어 각 자리에 놓여 있다. 필기도구도 제공되며 끝나고 갈 때 소중한 메모를 간직할 수 있도록 반투명 아트지 봉투에 넣어준다. 디테일에 감동한다. 강의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갑 끼고 근육층과 지방층을 만져보고, 부위마다 다른 지방의 조직을 느껴볼 수 있는 참여하는 강의. 식사가 아니라 강의라는 증거. 예술은 기술의 경지를 넘어 있다. 쉐프의 강의는 다섯시간 반 동안 거침이 없다. 머릿속과 그의 칼 속에, 불 속에 내용과 순서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의 칼도 거침없이 날아다닌다. 오랜 숙련의 결과이리라. 피아니스트가 눈감고 건반을 넘어 다니듯, 그의 칼은 익숙한 길을 따라 다녔다. 때론 까만 임파선이 칼이 지나는 자리의 지표가 되었다. 등심덧살인 가브리살과 등심을 보여 주기 시작하여, 횡격막을 구성하는 갈매기살과 소의 토시살에 해당하는 살을 발라낸다. 대요근인 안심을 분리하고 등뼈를 분리해 내면 몸통에서 갈비뼈만 남게 된다. 목과 전지로 이동하여, 흉골을 발라내고 1,2,3번 갈빗대와 이에 붙은 흉추 그리고 경추를 발라낸다. 돼지의 어깨관절에 칼을 넣어 관절강을 연다. 목부분에서 견갑골을 발라내어 소의 부채살과 꾸리살에 해당하는 극상근과 극하근을 노출한다. 전지를 분리하여 무릎 아래 미니족발 혹은 아강족 아래 분리하고 학세를 만드는 사태부위를 남긴다. 목살을 분리하여 목살과 항정살을 분리한다. 다시 몸통으로 와 남은 갈빗뼈를 발라내고 등심을 분리하면 삼겹판이 남게 된다. 윗삼겹, 아래삼겹, 등쪽 삼겹의 세로살과 배꼽근처의 삼각살을 분리한다. 분리 정형한 부위들을 도마 위에 가지런히 늘어 놓으면 제1막의 커튼이 내려 온다. 하나의 아름다운 공연. 칼의 춤. 칼의 노래. 육체의 카니발의 모습이 떠 오른다. 쉐프는 오랜 기간 습득한 정형의 언어로, 식객들은 해부학과 비교해부학에 따른 근육의 학명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귀한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2막. 시식. 세세히 부위를 나누는 이유는 맛의 오묘한 차이를 느끼기 위함이다. 차이가 없다면 구태여 나눌 필요가 없으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수고가 헛되기 때문이다. 각 부위안에서도 지방의 특징, 근섬유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느끼기 위하여 이 흑돼지의 각 부위는 어떻게 조리해야, 어떻게 구워야 할까. 2부에 계속.

혼고기

서울 중구 동호로20길 8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