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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네 한두 가지 생선회를 푸짐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리 맛난 생선이라도 서너점 먹으면 한계효용이 체감되기 마련이다. 다양하고 맛난 해물을 한 점씩, 이삼십여 가지를 한 끼에 맛 볼 수 있는 스시야의 맡긴차림은 호사요 호강이다. 그저 쉐프들의 수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옛날 왕들보다 훨씬 잘 먹는 요즈음 시절이다. 그러지 않아도 입맛이 도는 가을에, 제철 해물로 구성한 구쉐프의 맡긴 차림. 푸짐한 츠마미와 맛깔 난 스시코스. 이 날은 붉바리로 시작해 붉바리로 마쳤다. 숭어어란, 가라스미와 생맥. 차완무시 붉바리 두 점. 아침부터 한 나절 숙성한 혈압육의 감칠맛. 잿방어의 등살과 뽈살. 도화새우, 보탄에비와 대가리튀김, 에비깡 삼치타다키 벤자리 아부리와 도사스소스. 삼배체굴과 연어알 모시조개국 찐전복과 성게소, 캐비어 참치뱃살. 문어조림, 타코노야와라카니. 금태구이와 성게소. 갈매기조개, 이시가키가이. 대게살 내장무침. 삼겹살. 츠마미의 끝. 줄전갱이. 보리새우. 피조개. 단새우와 성게소. 가다랑어다다키. 참치뱃살 츠마미 참치뱃살. 전어. 병어. 붉은 된장국. 고등어봉초밥 밧데라. 장어덮밥. 붉바리 매운탕, 살맛이 달디 달다. 후식 아이스크림. 식객 여섯은 이상의 생선을 안주삼아 사케 닷사이, 구보타 만쥬와 일본위스키 이치로, 발렌타인 17년 마시고 모자라 고량주까지 비우지 않을 수 없었다. 가을 진미들이 입안에 꽃을 피웠으므로. 마나가츠오(병어)스시를 맛보다니! 붉바리로 시작해 붉바리로 끝난 기억해야 할 저녁. 구상노사카바여 영원하라!

구상 노 사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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