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해산물 레스토랑 Fillet의 필레터. 오직 해산물 디쉬만을 낸다. 와인도 백포도주 위주로 갖추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식당에서 메뉴를 선택할 때에 개별적 기호를 중시하기보다는, 공통적이고 집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짜장면 통일 같이. 서양에서는 같이 식사를 하더라도 각기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해 각자 즐기는 반면, 우리 나라에서는 대개 한 메뉴를 시켜 나누어 먹는 걸 좋아한다. 고기를 굽던, 찌개를 끓이던, 식당에 가서 먹던, 같이 나눈다. 우리나라의 서양식 식당, 예를 들어 이태리, 프렌치, 스페인 식당에서도 대부분 메뉴를 시켜 쉐어 한다. 거의 모든 테이블이 이렇게 먹는다. 개별적으로 한 디쉬를 온전히 즐기고 싶어도 나누어야 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음식의 양이 어정쩡한 경우가 많다. 온전히 혼자 먹기에는 많고, 넷이 나누기에는 작고, 그렇다고 둘 씩 시키기에는 가격이 문제고. 스타터도 쉐어 하고, 메인도 쉐어 하고 디저트도 쉐어 하니 모든 디쉬를 한 젓가락 씩 맛 만 보다 만다. 모든 식사가 샘플러다. 각 메뉴마다 소중대 사이즈가 있으면 좋겠다 혼자 생각한다. 쉐어할 때는 이 식당처럼 각 접시에 새 커틀러리를 함께 주면 좋겠다 혼자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가 침 묻혀 먹던 걸로 음식을 잘라 나누어 줄 수 밖에 없으니. 나누는 정이 많은 민족이라 어쩔 수 없다. 먹을 때도 공평한 걸 좋아한다. 시금치와 완두콩 위에 얹어 내는 프로슈토로 감싼 가리비. 가츠오버터 소스에 얹은 한치와 백목이 버섯. 숯불에 구운 사워도우. 볶은 느타리버섯과 수란, 가다랑어포. 시저드레싱 로메인. 꽃게살과 버섯을 다져 패스트리에 채워 구운 볼오방. 허브버터소스 위에 얹은 은대구와 전복. 그린커리소스 위에 얹은 숯에 구운 옥돔. 토마토소스 위에 얹은 금태구이. 딱새우소스로 비비고 성게소를 듬뿍 올린 파스타. 구운 파인애플과 코코넛커스타드. 우리 나라에서 변화된 양식의 경향 두 가지는 간이 약하고 소스가 지나치게 많아진 점이다. 국물의 민족이라 모든 요리에 소스가 흥건하다 못해 넘친다. 빡빡한 파스타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재료와 소스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 소스의 홍수. 모든 음식이 소스의 바다에 빠져 있다. 그 아까운 소스는 당연히 빵의 몫. 이 식당도 맛난 소스가 과하다. 사워도우 추가 추가. 그래도 소스가 남는다. 돔페리뇽 P2도 부드럽고 좋구나. 국물을 워낙 좋아하는 민족이라 어쩔 수 없다. 재미있는 컨셉의 해산물 레스토랑. 요즈음 인구에 회자되는 핫 한 식당이다. 시푸드 러버 친구가 있다면 함 같이 가볼 만하다.
블루 바이 필레터
서울 강남구 선릉로141길 4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