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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별로에요

1년

모로가도 좋지만 근 십 년만의 방문으로 기억하는 저녁 모임. 오래 전엔 제법 자주 다녔었고 꽤 손님도 많았다. 오픈 한지 12년. 그간 업을 이어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이 어려운 시절들을 다 견디며. 음식은 어떨까. 오랜만에 다시 방문하는 식당은 늘 궁금하다. 맛은 여일할까. 값은 어떨까. 코스의 구성은 어떻게 하고 있나. 등등. 항상 시키고 나서 후회하는 코스. 식사를 내는 사람이 결정하는 일이지만 코스 주문은 장단점이 있다. 코스 주문은 편한 반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순서도 다 먹어야 하고. 적당한 요리 두 개 정도 각자 시켜 들어도 좋은데. 우린 거의 누구나 같은 메뉴를 먹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 아닌가. 이날의 코스 주문은 견디기 어려웠다. 코스 B. 98,/인. 먹물빵. 프로슈토와 올리브, 고르곤졸라. 무화과에 얹은 프로슈토. 시판하는 것 같은 야채스프. 문어 다리 한 조각. 구운 채끝 한 조각. 껄쭉한 라자냐 한 수저. 봉골레 스파게티. 티라미수.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구성. 성의가 부족한 프리젠테이션. 구성에 비해 지나친 가격. 후히 해도 5-6만원이 적절할 듯. 이 식당에선 코스는 가급적 피하고. 단품을 시키는 게 건강에도 좋고, 지갑에도 좋을 듯하다.

트라토리아 모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68길 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