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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와의 약속 나는 쉐프를 평생 따라 다니기로 했고, 쉐프는 나에게 평생 밥을 만들어 주기로 오래전부터 약속했었다. 무라타로 부터 시작해 구상노사카바에 이르기까지 근 이십년 동안 둘 다 이 약속을 성실히 지켜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구상노사카바는 구 겐지에서 개편하여 이제 한참 알려지기 시작할 때, 호텔이 닫게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다시는 그 바에서 보이는 고즈넉한 사계절의 풍광을 볼 수 없고, 구쉐프만의 호방한 스타일의 음식을 정든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한 즐거웠던 시간. 사랑했던 그 공간. 늘 새로운 음식으로 데려간 모든 식객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던 구쉐프. 그의 음식을 좋아하고 즐겨온 식객의 한 사람으로 그의 음식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내겐 힘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참 즐거운 일이었다. 기록했던 리뷰와 사진을 볼 때마다 맛을 되새김 하듯 그날의 식사와 나눈 이야기를 반추했다. 그 즐거웠던 시간들이 다시금 되살아나곤 한다. 그 기록을 이 망플의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이 되었다. 그의 음식은 이제 구상노사카바에서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하지만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틀림없이 오기에, 기다림의 설레임을 갖는다. 새로 열 식당에서 어떤 스타일로 어떤 스케일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차완무시 참복사시미 붉바리 잿방어뱃살 단새우 에비깡 왕우럭조개 복어로 만든 맑은 국 이카 삼배체굴과 연어알 청어 찐문어 찐전복과 트러플페이스트 하마치 마아지 구루마에비 오도로 이카우니 우니 반판 복어 날개 튀김 히쯔마부시 붉바리 매운탕 녹차와 아이스크림. 싱싱한 단새우 껍질을 벗기고 살 위에 초록색 알을 꺼내 얹고, 떼어낸 단새우 대가리 속에 든 내장을 짜내 소스로 얹은 단새우 쯔마미. 단연코 일미. 나를 따라 구쉐프의 음식에 정이 흠뻑 든 제자들과의 저녁이 구상노사카바에서의 마지막 리뷰가 되었다.

구상 노 사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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