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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별로에요

11개월

끈적한 보타르가 보타르가는 이태리 사르데냐의 말린 염장 숭어 어란이다. 귀하고 비싼 식재료인데 풍미가 워낙 좋아 활용도가 높다. 샐러드, 계란, 파스타, 밥 등 어느 음식 위에 뿌려도 특별한 맛을 낸다. 보타르가는 단단해 갈아서 흩뿌린다. 이태리의 보타르가 같은 음식은 나라 마다 있다. 일본은 가라스미, 대만은 우유추, 한국은 어란이다. 일본과 대만 것은 보타르가에 비해 수분함량이 높아 무르다. 한국어란은 간장에 절이고 참기름을 겹발라 말리는 게 특징이다. 역시 보타르가에 비해 무르다. 보타르가 파스타는 보통 보타르가를 갈아 올리브오일과 함께 조리해 파스타에 잘 입히면 된다. 가득한 풍미의 파스타가 된다. 그후 보타르가를 약간 스프링클 하기도 한다. 보타르가를 쓰면 파르미지아노등의 치즈는 더하지 않는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 집의 보타르가 파스타에는 거기에 더해 국산 어란을 얇게 저며 고명으로 올렸다. 파스타와 함께 어란편을 먹어보란 매니저의 권유에 들어보니 이건 아니다. 지나치다. 우선 어란이 찐득해 입천장과 치아에 들러붙어 식감을 돋우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한다. 더욱이 어란의 껍질을 제거하지 않아 껍질이 질겅질겅 씹힌다. 실망의 보타르가 파스타. 따로따로는 좋을지 몰라도 파스타와 무르디 무른 영암 어란 슬라이스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쉐프가 이를 모를리 없다. 파스타에 어란의 이 찐득한 식감이 방해가 된다는 걸. 근데 왜 이렇게 했을까? 개인적인 추측은 음식의 모양 때문이리라. 그놈의 비쥬얼. 그리고 44,의 높은 가격. 근사한 어란편을 올린 보타르가 파스타. 더욱이 이 식당의 시그니쳐이자 무려 식당 이름. 비쥬얼이 맛에 우선하는 시대. 그림이 선인 시대. 소셜미디어가 비지니스에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과유불급. 안하니만 못한게 되었다. 차라리 명란파스타가 백배 맛있게 생각되었다. 찐득한 우리나라 어란이 아니라 단단한 정통 보타르가를 가져다 제대로 갈아 넣어 보타르가 파스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식당이 오래 가리라 믿는다. 구두 신고 갓 쓴 파스타가 되지 않으려면.

보타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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