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일 숙성 티본과 60일 숙성 돼지 차돌. 소우리의 포로가 되다 점점 오래 숙성한 티본 만날 날을 기다리는 건 설레임과 즐거움. 소풍가는 날 손꼽아 기다렸던 마음과 같다. 워밍업으로 초벌한 일반 티본을 안심과 등심 순으로 맛본다. 여긴 와인이지. 같이 간 친구들 중에는 숙성보다 이 티본이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투뿔한우 티본의 정수니까. 다음엔 한사장이 160일 숙성 티본을 바로 작업해 식탁으로 가져다 보여 준다. 건조된 바깥 부분 누르스름하다. 단단하게 굳은 부분도 보이고 속은 촉촉해 보인다. 근육의 수분을 잘 가두었다. 이게 핵심이다. 한사장의 미소가 의미심장. 자신 있다 이거다. 건조한 크러스트 같은 부분과 지방조직을 적절히 쳐내고 가져와 숯불에 구울 수 있게 올려 논다. 연한 자주색 안심과 핑크색 등심이 참 고혹적이다. 안심을 떼어내 반을 갈라 숯불 위에 올려 놓는다. 한 점씩 맛보면 견과류향이 구수하게 풍긴다. 진하다. 촉촉하고 녹진하게 굽는 타이밍. 등심은 안심보다 한결 더 진하고 구수하다. 여긴 싱글몰트지. 맛은 향이다. 지금껏 맛본 건조숙성 중 가장 훌륭한 풍미를 가졌다. 이 맛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쇠고기 좋아하는 사람은 꼭 한 번 맛보길 권하는 소우리의 건조숙성육. 진한 카쇼나 스모키한 위스키와 더불어. 다음은 60일 숙성 흑돼지 차돌. 차돌부위는 소의 앞가슴 흉골부위의 근육이니 대흉근의 중앙부분이다. 겉보기에도 고깃결이 촉촉해 보인다. 결반대로 잘라 한 점 씩 구워 맛보면 그 부드러우면서도 저작감 있는 고깃결. 처음 느껴 보는 흑돼지 부위의 맛. 상당히 매력있는데 돼지차돌의 이런 아이디어는 아직 실험중이리라. 깔끔한 돼지 차돌 숙성육에는 차가운 화이트와인이 어울릴 듯하다. 아직 메뉴에 오르지 않은 흑돼지 국수를 맛보게 준다. 얼핏 평양냉면 같아 보이는데 육수가 일품. 마시고 또 마신다. 감칠맛 나며 훌륭한 밸런스를 지녔다. 면이 메밀이 아니라도 흑돼지국수는 수준급이다. 곧 인기메뉴가 될 것 같다. 티본라면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인스타그래머블 아이템. 이 집의 유일한 단점은 다른 고깃집에 갈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소 우리에 갇힌 포로가 되었다.
소우리
서울 송파구 오금로46길 2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