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고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 선선한 바람이 옆구리에 들어와 따뜻한 품이 그리울 때. 국수는 언제나 맛있다. 맛있는 때가 따로 없이 늘 맛있는 게 국수다. 잘 우려 낸 구수한 멸치육수에 쫄깃한 국수 그리고 듬뿍 얹은 부추무침과 유부. 부추국수가 시그니쳐. 향긋하다. 구포 국수. 무안 양파. 여수 디포리. 통영 멸치. 완도 다시마. 평창 고랭지 무. 국수와 육수의 양이 청년들이 먹어도 충분하게 많다. 부추국수도 좋지만, 아삭거리는 숙주와 향긋한 깻잎을 섞어 매콤새콤한 비빔국수가 더 좋다. 국수에 양념을 얹어 주는 비빔국수는 내가 아무리 잘 비벼도 여기는 맵고 저기는 싱겁기 마련. 때로 잘 안 비벼지면 멸치육수 들이 붓다가 껄쭉하게 되어 국수 전체를 망치는 날도 다반사. 여기는 비빔국수가 언제나 일정하게 촉촉하게 알맞다. 점도의 비율이 예술이다. 국수와 숙주의 비율도 참 좋다. 국수만 씹히면 물컹 미끈한 느낌이 있는데 숙주가 아삭거리면서 입안에 하모니를 이룬다. 비빔국수 바닥을 볼 때까지 빡빡하지도, 흥건하지도 않게 딱 알맞다. 주방에서 미리 야채와 국수를 버무려, 먹기 좋게 다 비벼서 나오기 때문이다. 프로가 비벼주니 맛있을 수 밖에. 열무국수는 시즈날이다. 이것만 먹는 사람도 있다. 김치국수는 청년국수에 잘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 얹어 낸다. 새콤한 김치가 국수에도 국물에도 어시스트를 한다. 이나리스시는 여전히 좀 달다. 특히 가을 겨울 신촌의 점심으로 원픽이 아닌 베스트픽. 부추 김치 비빔국수 다 육천원이다.
청년국수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12길 2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