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재된 공간과 통제된 공간 늦은 점심이라 홀엔 나 혼자였다. 식사 중간 쯤 중국동포로 보이는 직원이 주방에서 음식을 주섬주섬 챙겨 나와 내 뒷 테이블에 늘어놓고 주방과 홀직원 넷이 식사를 시작했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홀에서 식당 직원들이 같이 식사를 한다. 우리 나라 식당에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직원들도 먹고 살려고 하는 일. 맞다. 그들도 식사해야 한다. 그런데 손님들이 있는 곳에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식사를 하려면 주방 등 손님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하든지 아니면 브레이크타임을 정하고 문을 닫고 해야 한다. 그만큼 손님의 쾌적한 식사에 대해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식당이나 일본 식당에서 쉐프들이나 직원들이 홀에 나와 손님들과 같이 식사하는 걸 본 일이 있는가. 한 번은 교토의 가이세키 식당에 갔는데 잠시 바람쐬러 식당밖을 나갔다. 주방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뭘 가지러 식당 뒷편에 나왔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찌나 당황하는지 어쩔 줄 모르고 미안해 한다. 난 그 모습이 더 이상했다. 그들은 손님들에게 보여지는 공간과 동선은 직원들의 그것과 잘 분리해 놓아서 섞이지 않도록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공간과 동선을 분리하고 관리한다. 이런 분리에 익숙한 일본인들의 눈에는 손님이 식사 중인 공간에 직원들이 함께 식사하는 게 신기한 지, 고독한미식가 비빔밥 전주편에 이 장면을 꼭 꼬집어 연출해 놓았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우리 식당들도 점차로 깔끔해지고 아름다워졌다. 오픈주방도 늘고, 뒷주방을 잘 분리하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공간만 분리해서는 부족하다. 나아가 손님들에게 보여지는 모든 것에 대한 세밀한 구성과 통제, 교육, 개선이 필요하다. 식당이 제공하는 것은 오로지 음식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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