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가족들과 빙둘러 앉아 육수를 부어가며 고기며 야채며 만두를 넣어 끓여 먹을 수 있는 요리. 어복쟁반. 겨울에 친구들과 친구네 아이들과 함께 모이면 어복쟁반을 네 명에 한 쟁반 씩 시켰다. 큼지막한 놋쟁반 한 가운데는 고기와 야채를 찍어먹을 양념장을 놓고 사태, 양지, 우설을 비롯한 여러 부위 쇠고기와 고기전, 녹두전을 두른다. 그 위에 만두, 삶은 계란, 파, 버섯, 쑥갓 등 야채를 푸짐하게 올리고 육수를 부어가며 끓여 먹는 정감있는 요리. 건더기 나누어 먹고 부족하면 고기나 만두를 추가했다. 몇 번이고.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게 아까운 것이 뭐가 있으랴. 보글보글 끓은 육수를 끼얹어 먹는 건더기들은 술술 넘어갔다. 식사는 따로 시키지 않았다. 육수를 계속 붓고 끓여 고기와 야채의 단 맛을 한껏 품은 상태가 되면 여기에 냉면 사리를 넣어 살짝 익혀 먹었다. 별미의 식사. 한 쪽 쟁반에는 남은 육수에 만두 몇 개를 으깨고 밥을 넣고 비벼서 한소끔 끓여 죽처럼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맛난 김치 한 쪽씩 얹어 한 그릇씩 뚝닥 해치우곤 하였다. 최고 인기의 겨울 모임 메뉴였다. 이젠 아이들도 다 커서 나가고, 친구들과 모이던 평안도오부자집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한동안 그 정다운 어복쟁반 맛을 잊고 지냈었다. 이집은 일단 쟁반이 아닌 불고기 그릇에 낸다. 어복불고기? 고기도 불고기감을 얇게 저며 쟁반의 한자리 차지하게 하고 냉면 육수 를 뽑은 사태와 양지를 나누어 담고 여러 가지 야채를 둘렀다. 다행히 우설은 빠지지 않았다. 깊은 곳에서 찾았다. 만두는 크다. 만두소에 숙주와 두부가 모자라 일반의 평안도 만두와는 좀 다르다. 김치도 젓갈이 꽤 들어가 삭은 남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김치. 얼갈이배추 절임은 달아서 짱아찌에 가까웠다. 방풍나물도 마찬가지 양념. 그래도 모든 걸 품어준 육수 맛에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적당한 가격에 먹을 만한 어복쟁반 찾기는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가격 하나만은 착하다. 내색하지 않고 맛있게 먹어준 아들 며느리 그리고 가족 간에 나눈 이야기는 음식보다 더 달아 위안을 받았다.
금왕 평양면옥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16길 2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