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도슐랭가이드

추천해요

1년

주방이 깨끗해 보이길래, 아무 기대 없이 외근중 우연히 갔습니다. 90년대 초딩때, 삼촌 이모따라 한림 보영반점을 많이 갔습니다. 그후로 잊고 있었는데, 한림 지날 때 마다 맛있는 짜장면이 생각났던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외근을 하던 중에, 밥 먹을 곳을 찾아 한림항 상가로 들어갔습니다. 뭐라해야 할까. 감히 이곳의 짬봉을 평한다는 것은 저따위의 존재에겐 무리인 것 같습니다. 허름하지만 깔끔하기 이를데 없는 식당. 난생 처음가본 이 식당에서 제 짬뽕 역사를 다시썼습니다. 일단, 셰프님: 결혼식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흰 가운에 정돈된 머리, 고희가 넘으신 춘추에 그렇게 웍을 돌리시는데도 어떻게 하얀옷에 국물하나 안튈 수가 있나요? 친절, 경건, 연륜 아. 재료: 1. 전 충격받았습니다. 짬뽕 한 그릇에 생물 딱새우를 열개넘게 발견했는데, 모두 손으로 깐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릴때 제 어머니께서 된장국에 딱새우를 저렇게 항상 까서 넣어주셨거든요. 국물에 넣을, 삶은 딱새우를 깐 다는 것. 그건 자식에게나 하는 ‘인고’와 ‘정성’입니다. 딱새우 씨알은 작으나, 맛과 선도는 출중하였습니다. 2. 돼지고기는 당연, 제주산 싱싱한 돼지였고요. 잡내 1도 없는 축협맛, 정육점맛 그것 입니다. 오징어는 중국산이지만 대왕오징어 아니라고 써놓으셨습니다. 저는 대왕오징어 넣는 중국집짬뽕은 안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꼭 기만당하는 기분이거든요.(도슐랭- 맛집 분노조절, 편집증 발현) 3.오픈 주방에 손질된 양파들과 파프리카를 보았는데, 신선 그자체 였어요. 웨이팅하면서 대충 세어봐도 하루 50-70명정도가 오는 것 같은데 저정도 준비를 어르신 두분 부부께서 하시려면 도대체, 장은 언제보고 채는 언제 썰고 소분은 언제 하시는 것인지. 아니, 대체 딱새우는 언제 까시는 건지?????????????? - 그래서 납득했습니다. 하루 네시간만 장사하시는 이유를- 4. 고추짬뽕이지만, 고추기름을 주문받은 동시에 냅니다. 따라서 묵은 맛이 안나고 매운맛이 자연스럽고 싱그러운 매운맛이에요. 이게 대체 70대의 부지런함과 아이디어가 맞습니까? 저는 이집 짬뽕을 먹으면서 20대의 싱그러움과 이름높은 대학에 한둘 있는 천재들의 부지런함 집요함? 문제의식에 대한 기민한 대처를 봅니다. 대부분 생각만하고 행동은 안하는데, 저는 요식업계의 선구자이자 현인을 보았습니다. 딱새우짬뽕이라고 광고 때리고 비싸게 받는게 아니라, ‘이건 그냥 고추짬뽕인데, 모든 재료가 신선하고 딱새우 다 까서 많이 넣었고, 애호박이며 양파까지 그날그날 장을 본단다.‘ 경의를 표합니다. 쉽게 음식장사며 머리속으로 인건비 따지고 재료 시간따져서 음식내오는 사람들, 뻑하면 가격올리는 식당들. 와서 이분의 뒷모습 구경이라도 하신다면, 은혜를 받으실 거에요. 면도, 그냥 면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당연한 것이긴 합니다. 면요리를 파는 사람에게 면은 기본중의 기본이나 가장 궁리를 많이 해야할 요소 입니다. 궁리의 궁리의 궁궁리가 들어있는 면발이었습니다. 저는 적정가격보다 좀 오바해도 전국의 왠만한 짬뽕집들은 둘러봅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은, 소백산 자락에서 소뼈육수의 매운짬뽕을 칼바람 맞아 찾아가서 먹었던 기억. 그때도 이만큼까지의 감동과 경건함, 그리고 이정도의 맛은 없었는데, 사람들, 두 노부부를 도와 알아서 빈그릇갖다 놓고, 테이블닦고 설거지 까지 할 태세 입니다. 알아서 다들 테이블을 닦아도 다시 테이블을 닦고 정리하며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70대 노부부를 보며, 아 이건 뭐랄까요. 지난 이삼년간 전국에서 먹어본 짬뽕 중 가장 훌륭하고, 건강하고 신선하며 맛있고, 맛집의 모든 요건을 다 갖춘 식당이었습니다. 박수로는 부족하고 큰절하겠습니다. 꾸벅~ PS. 17000원 정도 받아도 될 것 같아요. 만원은 너무 쌉니다.

그시절 그짬뽕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북동길 7 1층 1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