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기서 어떤 장소를 칭찬할 때는, 전적으로 제취향과 처지가 기준입니다. 제가 가는 모든 곳에서의 저의 아이덴테티는 ’늦깍이 딸애비,싸이월드 프리챌 이후 SNS할 줄 모르고 남들처럼 현생이 겁나바쁜 아날로그 장삼이사 개아재‘ 아무리 많이 온집도 제기준 나름대로 ’쒸크‘하게 인사만하고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안면을 절대로 트지 않는, 있는 듯 없는 듯 미스테리 쇼퍼. 그것이 저의 정체성입니다. 하지만 와이프와 딸과 함께할때, 그리고 뽈레에선 수다쟁이가 돼죠 히히히. 그리고 주변에 뽈레얘기 하면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너무 좋아요. 뽈레가 앞으로 쭉 이렇게 점점이 커지는 걸로 어뷰징이나 뒷광고하거나 애매하게 커미션 비스므리하게 받아먹는 인플루언서같은 건 좀 다 쓰레기통에 처박고, 내실있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주에서 딸키우는 절반 서울, 절반 제주 유전자를 가진 이도저도 아닌 제가, 이 곳을 왜 마음에 들어하는지 사발 한그륵 풀어보겠습니다. 1. 일단 일요일 오후에 갔는데 사람이 없어요. 조용해서 좋습니다. 나이먹으니, 나훈아나 김동률 콘서트 같은거 아니면, 시끄러운데 가는거 딱 질색요. 조용한 원인 중 하나는 테이블, 의자, 좌석 배치에 있는데, 콤팩트하지만 묵직하고 널널해요. 쇼파가 넓어도 에이바우트 처럼 더럽고 추잡하지가 않아요. 청소를 아주 빡시게 먼지 닦고 쓸고 또 닦고, 알콜로 그냥 소독을 하시더라구요? 안심하고 딸내미도 앉히고 저도 오래앉아 개겼습니다. 2. 가격 아메리카노 5000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두스쿱에 아몬드 호두 고명 6000원. 가격에 거품이 제 생각엔 1000원 씩입니다. 뷰값이랑 봉사료는 이정도 20프로 전도만 받는게 인지상정이죠. 특급호텔도 20프로까지 부가세와 봉사료를 받잖아요. 이정도 1000원씩의 거품이면, 제 뇌구조로 상식적입니다. 청소도 개빡시게 하고, 정남향이고, 적절히 친절하고 , 적당히 무관심하고, 일단 남태평양 형제섬뷰가 기가 맥히니까요. 가격 마음에 듭니다. 3. 정남향의 진짜 개미친 파노라마뷰. 2000만 제곱키로미터 내외의 인구70만 남짓 제주에 산다는 건, (사실 좁은 면적은 아닙니다. 서울의 3배) 어떨땐 끝없는 고립감과 시야가 좁아지는 것에대한 불안을 일으키죠. 그런데 이제주에서도 호연지기를 만주벌판 이상으로 키울 수 있는 건, 태평양 저너머를 향해 끝없이 펼쳐진 바다 입니다. 가만히 오래편하게 앉아 제주의 정남쪽을 바라보면, 저 너머에 대한 동경과 상상, 그리고 가슴이 뛰기 시작하면서 원시적 궁금증이 듭니다. Fernweh. 이런 느낌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상당히 중요합니다. 특히 0세에서 7-8세까지 무의식의 원형이 형성되는 시기엔, 성인이 되어서 삶을 개척해나가는 추진력에 근원적인 힘을 더해줍니다. 4.뷰 배려. 첫번째 사진 앞에 보면 희미한 주차라인이 그려져 있지만 돌을 놓아 차들이 진입을 못하게 해놨습니다. (실제로 주차장은 넉넉하게 건물 뒤에 있죠. ) 초반에 건축을 할때, 손님 왕창 오는 꿈과 희망에 젖어 건물 앞뒤로 주차라인을 마구 그어 놨지만, 막상 긋고 보니 뒤는 괜찮은데 건물 앞에 차를 대 놓으면 뷰를 망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공간을 썩히더라도 차단석을 아예 놔버려서 뷰를 확보하자는 차선을 쓴거죠. 이건 뭐 사장이 누군지 몰라도 물어보지 않아도, 고뇌의 흔적이 보입니다. 월정리만 가도, 손님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쪼끄만 땅에 뷰가 가리든 말든 그냥 막대개 해놔요. 근데 여기는 그런 따위의 이기심이 안보여서 좋습니다. 물론 입지 차이가 있지만요. 5. 저는 한치 양보도 없는 정남향이라는 사실과, 잔머리나 가벼움없이 공간과 집기를 생각했다는 점이 참 좋더라구요. 마감재도 그렇고, 문의 배치고 그렇고, 탄탄한 쇼파와 테이블도 그렇고. 방향 때문에 건물이 항상 생기가 돌고, 오래 있어도 덥지 않고. 배치와 가구들 때문에 편안하고. 직원들이 적당히 무신경한것 처럼 보이지만, 깔끔하고 깨끗한 위생관념이 베인것 같아 안심되고. 그렇습니다.

트로피컬 하이드어웨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형제해안로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