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처음 봤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게 소설이 될 수가 있나? 이렇게나 현실과 가깝고 이렇게까지 현실을 드러내는 텍스트가? 재미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텍스트가 너무 정확해서 말입니다. 겉으로는 영어 이름 불러가며 수평적인 척 하지만 안에서는 이전 직장부터 학연까지 아우르는 묘한 위계가 나뉘어 있는 스타트업, 사내 업무 효율화 도구(트렐로)에서 업무 상태를 진행중, 완료로 통통 바꿔가며 신경전을 벌이는 기획자와 개발자같은 것들…그냥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저 옆 팀 얘기 같아서, 아니 이런 게 소설이 된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딱히 기다렸던 건 아니지만, 이 단편이 포함된 작가의 소설집이 나왔다고 했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아 그 때 읽었던 얘기를 몇 편 더 읽을 수 있겠구나. 먼 동네 얘기하며 거대한 주제 의식을 주입하려는 소설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수 있겠구나. 책은 2시간의 출근-퇴근길에 훅 읽었는데요, 20대 사회초년생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모르는 이야기, 그러니까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서 이번에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제가 아는 선배, 친구, 옆 팀 대리의 에세이를 모아놓은 버전이라는 느낌. 그 정도로 제 세대의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놓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한 이야기는 소개하지 못하지만서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다행이야 다행이야’라고 되뇌며 세상에나 눈물을 흘렸어요. 이 에피소드가 정말 진짜로 내 옆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 것만 같아서, 이렇게 해피 엔딩으로 된 것이 너무 기뻐서, 자꾸자꾸 다행이라고 육성으로 말하면서 박수까지 짝짝 쳐버렸습니다. 마치 에피소드 속 주인공이 술자리에서 자기 경험을 덤덤하게 얘기해준 것처럼. (돈 버는) 사회에 몸 담근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이거나, 그 사회에 지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후자까지 포함하자니 그냥 만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는 느낌이 돼버렸는데, 20~30대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