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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4.5
5개월

뽈레에 몇번 쓴 적 있는데 저는 막국수를 그리 안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큰 기대가 없는 메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유명하다는 곳을 대여섯 곳은 가본 것 같은데, 항상 ”괜찮긴한데 이게 이렇게까지 줄을 서야할 맛인가…?“ 싶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친구가 함께 성천막국수에 가자고 합니다. 친구는 술을 마실 때마다, 성천을 너도 꼭 먹어봐야해… 중얼거리곤 했었는데요. 이날은 차로 직접 데려가준다고까지 하니, 흠🤔 풀서비스의 유혹에 빠져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제껏 먹은 막국수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막국수는 김가루, 다데기, 동치미 국물이 공통점이었고 덕분에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졌었는데, 성천은 짠지를 담근 동치미 육수를 사용했다는데, 와 완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더라고요. 특히 신맛이 강하지 않아서 국물의 감칠맛이 엄청 또렷하게 느껴지는 게 진짜 좋았읍니다. 국물 와라라 마시고, 쫄깃과 푹신 사이의 씹는 맛 좋은 면을 입 안에 한가득 넣어먹으면 크으… 왜 유명한지 단박에 알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사케 덕분에 감칠맛의 존재를 더욱 또렷하게 인지하게 된 요즘인데요. 성천 국물 역시 입 안에 남는 간질간질한 감칠맛이 선명해서, 국물 한 모금 마신 뒤 따뜻한 제육 + 양념한 짠지를 바로 먹으면 은근하게 남아있는 그 맛이 고기의 맛을 두배로 증폭시켜줍니다🤤 (제육만 먹었을 땐 평범하다 생각했는데, 국물 먹고 바로 먹으니 완전 다른 음식 같더라는) 요즘 뭔가를 더하는 것보다 최소한으로 덜어내는 음식이 더 끌리는데 성천막국수도 그런 음식이 아니었나 싶네요. 평일 11시 15분에 가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었는데 회전율이 빨라 좀 더 늦게 가도 금방 먹겠더라고요. 올 여름 가기전에 무조건 또 가려고 생각 중입니다😆 마실만큼 마시고 먹을만큼 마셨다고 생각하기 쉬운 서른 중반인데, 역시 미식의 창은 활짝 열어둬야 더 행복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성천 막국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48나길 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