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동안 이어가고 싶은 요리의 방향 - '천년식향'. 비건, 채식... 단어를 보면 밋밋하고 내추럴한, 원재료 본연의 맛 .. 정도가 생각나는데. 그런 맛과는 거리가 먼, 자극적이고 섹시한 채식 요리 경험하고 왔어요. 셰프님이 모 인터뷰에서 채식과 금욕주의, 그리고 도덕적 완벽주의가 연결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때론 좌충우돌하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런 철학이 잘 담겨있는 요리들이었습니다. 'Philosopher Chef'라고도 본인을 정체화 하시고요. 직접 구워낸 식기, 테이블부터 레스토랑 인테리어 새롭고 멋져요. '베러 댄 섹스'는 시그니처 당근 요리와 갈릭 사워도우가 나와요. 풀숲을 헤치면 뭉근한 식감의 당근이 등장. 된장 베이스 시즈닝이 짭짤한 감칠맛을 줍니다. 당근인 줄 모르고 먹으면 헷갈릴 정도로 흙 향 전혀 안 나고, 익은 뒤에 느껴지는 달달한 맛만 은은히 납니다. 아몬드 리코타도 크리미하고 고소해서 좋아요... 바삭한 갈릭 빵도 맛있고요! '섹스 앤 스테이크' 는 콩고기 잘 못 먹고 싫어하던 저를 돌아서게 만든 요립니다. 갈비 양념의 콩고기는 풍부한 불향과 마라 오일이 더해져 익숙하고 달고 강한 갈비의 그 맛이 납니다. 바삭한 고추 부각과 부드러운 감자도 덤. (유교걸: 흠흠) 피자. '버섯 크리머리'는 유기농 발효 도우에 너트 베이스 버터크림, 불 입힌 버섯, 버섯크림, 트러플 제스트까지. 가게를 진동하던 트러플 향의 근원이었어요. 쫄깃한 도우 넘 맛있고요.. 크림은 정말 비건인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스파이시 로제 & 갈비 쌈'은 더 한국적인 피자예요. 쌈장 아이올리, 갈릭 콩피, 익숙한 상추 등.. 콩갈비가 좀 듬성듬성이긴 했는데 맛있었어요. '라구 땅콩 호박 크림 보트 안에 담긴 제주 고산 국수' (2음절이라 왠지 너와 나의 연결 고리 리듬타며 읽었음.) 고산 국수가 어떤 건진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두꺼워서 파스타와 유사한 식감. 크림 파스타의 꾸덕한 텍스쳐 매우 좋았으나 버터넛스쿼시 특유의 믱 한 맛이 강해서 .. 속세의 크림 파스타보단,, 와인은 셀레네 프리미어 보졸레. 입문자용 내추럴 추천받아 마셨는데, 새콤쿰쿰딸기후추그런느낌.. 와인이 거진 10만원 대 부터 시작인데, 보틀 가격에 섹스 앤 스테이크가 포함되어 있어요. 여성학 박사이자 천년식향 매니저이신 어머님의 친절한 설명은 덤. 방문한 뒤에도 계속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매력적인 식당이네요. 워낙 아티스틱하고 독특한 식당이라 검색하면 재미있는 기사도 많아요. 흥미로워서 찾아 읽었습니다. 남부터미널에 있기 아까울 정도 ! 아쉬운 점은 적은 포션과.. 그에 비해 높은 가격.. *홀릭밋업
천년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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