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설입에서는 혼밥할 일이 딱히 없어 매번 미루다가 드디어 가 본 지구당. 벨을 누르고 들어가는 입구부터 이 가게가 가진 정체성이 잘 보여진 것 같았다. 과연 혼밥이 주를 이루는 가게답게 숨소리 하나 조심하게 되는 괜한 압도감이 들었다. 심지어 수저도 다 나무로 되어있어 쇠의 작은 소음조차도 들을 수 없었다. 월수금은 오야꼬동만 판매되어 양만 선택하면 그만. 밥과 고기 등이 차이라는데 굳이 많이 먹고 싶지 않아 기본을 주문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곱빼기로 먹는 듯! 열심히 고기를 자르시고 조리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지루하지는 않다. 미소국이 먼저 나오는데 식전 속을 차분히 하는데 참 좋다. 과하지 않은 자극이 밸런스 잘 잡힌 국. 오야꼬동은 밥 위에 반숙 2개, 닭고기 등을 잘게 잘라 올려주시는데 압력솥에서 갓 나온 밥 맛이 일품. 뜨끈뜨끈 김이 올라오는 밥알이 국물과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닭고기는 막 부드럽거나 하진 않았지만 작아서 밥과 함께 먹기 딱 좋았음! 향긋한 깻잎의 은은함이 은근 조화로운 것도 좋았다. 대단한 맛을 내기 힘든 메뉴지만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힌 음식.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의 대화, 각종 소리가 아닌 온전히 눈 앞에 음식을 집중해 오롯이 음미할 수 있다는 점. 맛보다는 식사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 집!
지구당
서울 관악구 관악로12길 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