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변은 처음 와 본 동네인데 아기자기하고 숨은 맛집들이 많은 느낌이라 괜히 또 오고 싶은 곳이었어요. 물론 이 초밥집의 경험이 좋았던 게 큰 이유! 간만에 스시라 나름 열심히 찾아봤는데 활어 숙성회 전문점이고 전체적으로 평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당일예약하고 방문했어요. 오마카세가 아니기도 하고 자리도 엄청 적진 않아서 예약은 유연한 편인 듯! 바 자리 앉았는데 쉐프님의 현란한 손길을 볼 수 있어서 입과 눈이 즐거운 자리였어요. 뭔가 괜히 오마카세를 보는 듯했어요. 특모둠과 모둠 두 세트를 주문했는데 우니와 전복 마지막 두 피스랑 새우 말고는 구성이 같았어요. 식전으로는 계란찜을 주시는데 그 안에 고구마? 관자?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의 재료가 함께 있는 게 신기했어요. 뜨뜻하니 식사 전 속을 준비하는 느낌 괜찮았어요. 순서는 광어-돔-참치-방어-연어-새우-구운 연어-청어-관자-전복-우니로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먹었어요. 흰살 생선부터 순서도 신경 쓰신 섬세한 플레이팅! 전반적으로 샤리는 잘 뭉쳐져 먹는 데 불편함 없었어요. 대신 와사비가 좀 들어있는 편이라 코를 톡 쏘는 느낌이 훅 들어오곤 했어요. 모둠 중 베스트는 방어랑 구운 연어! 처음에 흰 색깔만 봐서는 방어인 줄 몰랐는데 겨울이 다 가는 시점에서도 통통하면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잘 살아 있네요. 구운 연어는 그 토치에서 비롯된 불향이 은은하니 매력적이었어요. 광어랑 돔은 활어숙성회의 특색이 잘 살아있던 피스. 흐물거리는 감 없이 쫀쫀한 저항감이 기억에 남아요. 전복도 말캉하면서 특유의 씹는 맛이, 우니는 제가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 고유의 향과 맛은 잘 느껴지더라구요. 뭔가 12p를 채우고 싶은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으로 주문한 광어지느러미. 제 최애 네타 중 하나인데 역시 그 꼬소한 맛과 함께 쫀득한 씹는 맛 최고.. 칼집 때문인지 그 저항감이 더 세밀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미소시루도 칼칼하니 제 스타일이었고 쉐프님도 틈틈이 친절한 대화를 건네주시고 여러모로 좋은 기억으로 남는 식사.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시는 거 같지만 동네의 작은 스시집으로 있기엔 아쉬움이 있는 수준급의 스시!
양재 초밥
서울 강남구 논현로26길 16 1층 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