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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추천해요
3년

연남동에서 막걸리는 뭔가 매칭이 잘 안 되는 느낌이라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를 마실 곳을 찾기 쉽지 않은데 그 갈증을 해소해 주는 집. 일단 메뉴판에 그 흔한 합성착향료가 들어 있는 막걸리들이 거의 없던 것 같아요. 해창, 송명섭, 칠곡 등 생막걸리 위주에 처음 보는 막걸리들도 있어서 괜히 기대가 되었어요. 단 맛의 정도에 따라도 구분이 되어 있어 코스 형식으로도 즐기기 좋은 형태. 첫 술은 다소 드라이한 막걸리에 있던 오산막걸리. 자연 발효라 그런지 확실히 톡톡 쏘는 탄산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 쌉싸름한 향도 느껴져서 깊은 맛이었어요. 뭐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사장님이 같은 양조장의 오매백주도 시음을 하게 해주셔서 먹었는데 조금 더 도수가 세서 술의 맛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약주의 느낌이 살짝 나기도 했던 듯?! 다음은 친구가 먹고 싶다고 해서 고른 풍정사계(추). 사계절에 따라 다른 컨셉의 술을 빚는 곳인 것 같아요. 추는 탁주로 완전발효 형태라 뒷맛이 깔끔하다고 하네요. 전반적인 느낌은 앞의 백주랑 비슷했는데 미묘하게 향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얘도 좀 드라이한 편이라 호불호 좀 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대포는 역시 앞의 술들에 비하면 단 맛이 느껴져서 마시기엔 훨씬 편했어요. 은은하게 나는 꿀맛도 가볍게 넘어가는 느낌도 역시 좋았네요. 마지막에 먹은 해창 막걸리도 약간은 취향을 타는 거 같은데 탁주의 고유한 매력을 즐긴다면 추천! 안주는 감자전, 오징어통찜을 먹었는데 감자전은 강판으로 갈아 넣은 스타일이라 좋았어요. 근데 저는 살짝 덜 갈려서 좀 바삭바삭 씹히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여긴 너무 잘 갈려서 고운 느낌이 아쉽기도 했어요. 감자 자체의 향이나 맛은 잘 느껴진 편. 오징어통찜은 고소한 내장 향이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제철은 아니라 완전 통통하진 않았는데 신선한 오징어에서 느낄 수 있는 식감은 살아있었어요. 양도 꽤나 푸짐해서 입 달래기엔 딱 좋을 듯! 사장님이 전통주, 막걸리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 것 같고 친절하게 잘 응대해주시는 편이라 기분 좋게 술 마시고 나왔던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막걸리에 맛있는 안주가 있는 한식주점이란 점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곳!

숨은골목

서울 마포구 동교로34길 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