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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적당한 구색의 가벼운 연회 코스로, 내 양에 부족하진 않았다. 오히려 한입씩은 남겼다. 스테이크의 고기 익힘이나 온도 등은 괜찮았음. 페어링한 와인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청해 마셨다. 와인은 미션수드 카베르네 시라즈. 전반적으로 버섯에 트러플 향이 좀 입혀진 인상. 향의 강도가 과한 건 아니지만, 전채의 트러플(에는 오히려 향이 안 났는데도!)로 시작해서 양송이수프와 스테이크 가니쉬의 새송이에까지 꾸준하게 트러플의 그림자가 느껴지니까 어딘가 지루하고 매가리없는 느낌도 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던 이유를 깊이 생각해 봤는데, 그게 마름 음식이라 그랬던 거다. 정작 트러플이 올라간 전채에서는 트러플 향이 온데간데 없으면서, 여타의 요리에는 촘촘하게, 티 안 나게 트러플 향을 입혀놓고는 '마름놈들한테 이만하면 됐제?' 하는, 이미 죽은 이병철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런 구성이었기 때문에. 어딜 봐도 '그룹 회장이 마름에게 하사하는 척 하며 적당히 눙치는' 모양새라서 기꺼울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자리에 데려와주신 분께는 무척이나 감사하다.

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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