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서면 감칠맛 가득한 미르푸아(mirepoix)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이 정도의 파인 다이닝에서 설마 조미료를 쓰겠냐마는, 이 향은 어떤 양식당이 천연 재료들로부터 감칠맛을 뽑아내려는 노력을 하는지의 여부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와서 간단히 먹고 싶다면 파스타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차라리 작심하고 둘셋 모여서 코스요리를 먹길 권장한다. 프랑스 가정식을 표방하는 곳이라 파스타..도 있고 각종 아주 맛있는 단품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곳의 요리실력과 가격을 생각하면 코스요리를 먹어보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프랑스 요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명제 자체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 프렌치는 뭔가? 파스타, 피자 아니고 스테이크, 피쉬앤칩스? 미트파이, 시저샐러드, ?? 아니면 크림소스, 토마토소스? 와인? 프랑스 음식 하면 달팽이 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는 현실이다.. 그럼 우린 "프렌치"를 내는 집에서 무엇을 즐겨야 한단 말인가! 프렌치의 특징 1번은 무조건 코스다. 우리 나라에서 정통 프렌치를 추구하는 집들은 둘로 분화되어 없어졌다. 하나는 파인 다이닝으로 고급화하면서 적자생존했고, 다른 하나는 경양식의 형태를 띄다가 이태리 음식점들로 대체되서 사라졌다. 이것이 한국에서 가볍게 프랑스 음식을 접하기 어려운 맥락이다. 그래서 이 집에서 꼭 코스를 먹길 권하는 바이다. 혹시 어니언수프를 드셔보지 않으신 분은 꼭 어니언수프를 드셔보시길! 수프는 역시 크림스프.. 물론 맛있지만, "양파"수프가 주는 이름만 가지고 선택을 거부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려 절대 그런 수프가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다. 어니언수프는 소뼈의 깊은 맛에 양파의 단맛을 섞은 뒤 치즈를 듬뿍 올려 내는 정말... 슬로우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전채요리다. 이런 곳에서 꼭 먹어보자. 비프스톡을 쓰지 않고 소뼈부터 시작한 진짜 어니언수프를 파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프렌치의 특징 2번은 소스, 버터, 오일, 크림이다. 프렌치는 음식에 물을 쓰지 않는다. 채즙, 육즙을 섞어서 요리한다. 따라서 소스맛을 음미하면 좋을 것! 그리고 당연히 이 소스를 찍어 먹을 맛있는 바게트가 같이 나와야 한다. 질기지 않고 바삭한 겉면에서 나는 구수한 향과 촉촉하고 결이 있는 속살을 즐기면 된다. 이 집의 빵은 훌륭하다. 그것이 끝없이 기름진 모든 코스의 소스를 중화시켜줄 것이다. 이탈리아 파스타에서는 기름진 소스에 두툼한 숏파스타를 넣어 균형을 이룬다. 프랑스식 요리에는 그런거 없다. 크림 버터 오일 뽷!! 앗 왜 이렇게 부담스러워! 하고 생각하지 말고 바게트에 발라 먹자. 고급 전채인 에스까고르(달팽이)도 마찬가지다. 그냥 먹으면 두 개가 한계일 정도로 느끼하기 때문에 꼭 빵에 올려 먹고, 남은 소스도 빵에 콕콕 찍어 먹자. 프랑스식 스테이크는 간단히 말하면.. 안심, 버터 베이스티드, 더운 채소, 스테이크 소스이다. 채소를 얼마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익혔는지, 안심을 얼마나 부드럽고 기름지고 향이 풍부하게 익혔는지, 소스와 어우러지는지, 그리고 그 소스를 빵에 찍어먹었을 때 맛나는지 즐기시면 된다. 이 집의 주력 소스는 데미 소스라고 하니, 데미소스 안심 스테이크를 메인 디쉬로 코스를 드시고 나오길 권장한다. 해가 질때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이태원의 야경을 높은 곳에서 구경하는 즐거움까지 누리는 하루를 많은 분들이 만끽하시기를 바란다.
비손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길 101 1층
ɴᴏᴏʜɪᴢ @noohiz_k
이 집 어니언스프와 에스카르고 참 좋아하는데 간지 너무 오래 되었네요. 어느새 아련해진 기억🤔
Javier @javierMando
@noohiz_k 자주 오게 되지는 않지만 올때마다 행복해지는 곳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