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파민 팡팡 다시 바빠지기 전에 후다닥 정리하는 맛집 회고록! 너무 오래전이라 맛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미식가는 아니고, 맛 자체보다는 가는 길, 내부 인테리어, 플레이팅, 종업원의 친절함과 당일 날씨가 어우러져 빚는 바이브에 더 취하는 편이니까, 뭐! 푸딘코에서 이곳을 '의왕의 보물'이라고 소개했던 기억이 있다. 한번 가보겠다고 벼르다가 2022년 1월,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군대 동기 조 군이 우리 동네에 놀러온 것이었다(라기에 이 근처는 우리 동네와는 한 도시의 끝과 끝이지만, 사이즈를 경기도와 충청도 쯤으로 키워보면 대충 한 동네라 퉁 쳐도 괜찮지 않을까). 히든 메뉴라며 푸딘코가 칭송하던 멸치비빔라멘을 주문했다. 솔직한 감상평을 말하자면, 조 군과의 추억이 아니었다면 첫 번째 방문은 NO 였다. 종종 언급했지만, 나는 농도 짙은 맛은 불호다. 아부라소바 바리에이션이었던 것 같은데, 멸치의 짠내까지 더해지니 지나치게 강렬했다. 노래로 치면 메인보컬 넷이서 하이라이트를 4분 내내 부르는 걸 음량 최대로 키운 상태에서 듣는, 뭐 그런 느낌적인 느뀜? 집에서 오가기에 마냥 편한 입지도 아니었고, 근처에 노닥거릴 만한 카페도 마땅치 않아 두 번 다시 방문할 일은 없을 듯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엽떡 매운 맛이 먹을 때는 욕이 나오면서도 스트레스 쌓이면 자동으로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내게 이곳이 마치 그러했다. 그날 이후로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찍어누를 강렬한 무엇으로 이곳 이 음식이 떠오르는 것이었다(이 즈음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Stressfull 하고 Melancholy 한 시절이었음). 나는 슴슴함을 준수하던 범생이가 금기를 행한 후의 짜릿함을 잊지 못해 몰래 훔쳐먹는 도둑고양이가 되어, 몇 번을 홀로 방문했다. 후기를 보니 인기 메뉴 중에는 초심자에게 어울리는 맛도 없지 않더라. 가령 백합시오라멘이랄까나. 하지만 이곳을 올 때면 기름과 염도의 콜라보가 주는 도파민을 포기할 수가 읎다-! 다만, 멸치비빔라멘은 너무 고난이도라, 아부라소바나 카레아부라소바를 주로 시도했다. 플레이팅에 입맛이 좌우되는 감상쟁이(INFJ)로서, 차슈 추가를 눌렀을 때 나오는 접시의 모양새를 매번 포기할 수 없더라. 접시 끄트머리에 다소곳이 걸쳐 있는 차슈를 입에 넣으면 스트레스도 함께 사르르 녹았다(요래 쓰고 사진 고르는데 차슈 추가한 사진이 없음에 민망… 한두 번 포기한 적도 있었나봄). 맛의 농도가 짙을 뿐, 결코 '싼 맛'은 아니다. '염도'가 이곳 맛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일본 현지의 맛이 그립거나 궁금한 사람이라면 도전할 만하다. 하지만 초심자는 주의. 평소 슴슴함을 사랑하는 이라면 먹다가 기절할 수도. 학기 중 평일은 근처 추계예대생들로, 주말은 라멘 매니아들로 북적이니 방학 중 평일 점심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단, 청결도는 스미마셍…)
라멘 구락부
경기 의왕시 계원대학로 28 명성프라자 1층 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