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서 누리는 한 입의 행복 (기특했던 세미나와 그 후의 폭식) 프로필에 적어두었다시피, 나는 대학원생 나부랭이다. 랩 세미나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데, 대개 3시에 시작해서 4시 반에 끝난다. 그러고 나면 1711번 버스를 타고 서촌을 가로질러 마침내 1호선 지하철역 앞에 내리는 게 그날 나의 일정이다(대학원 생활 생각보다 프리하쥬?). 그런데 내가 발표하는 날이면 날마다 바로 귀가하기가 아쉬운 거다. 밤을 지샜고, 세미나 찢었고(이는 지도교수님의 입장과 조금 다를 수 있음), 내 자신이 기특하고(이 역시 지도교수님의 입장과 조금 다를 수 있음), 보상을 주고 싶을 때 언제나 보이는 건 서촌의 통인시장! 칸다소바에 들러 마제소바에 수비드차슈와 아지타마고를 하나씩 토핑해서 먹고 나면, 이게 바로 대학원 생활의 낭만이다. 여느 때처럼 칸다소바에서 마제소바를 먹고 나오는데, 그날은 다른 날보다 좀 더 내가 기특한 날이었다(지도교수님과 입장이 합치했던 날임). 그리하여 아주 오래 전부터 발걸음을 머뭇거렸던, 칸다소바 맞은 편 통인스윗을 들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에그타르트 리뷰를 볼 때마다 포르투갈(혹은 마카오)과 홍콩이 빠짐없이 등장하던데, 검색해보니 요리법이더라. 포르투갈 스타일은 파이지가 페스츄리에 가까운 반면에 홍콩 스타일은 쿠키에 가까운 게 주된 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은 홍콩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파이지가 두껍지 않아 필링의 식감을 방해하지 않았다. 다른 리뷰어들은 갓 나왔을 때가 절정이라고 했지만, 파리바게트 에그타르트만으로도 만족했던 나는 한 입 물었을 때 느꼈던 포근한 감촉에 충분히 행복했다. 2층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누렸던 오후의 일상은, 사진과 함께 대학원 시절의 한 장면으로, 낭만으로 남을 것이다. 다만, 꼭 이 가게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구움과자 시장의 치솟는 가격에 납득하지 못하는 1인으로서, 3,500원이라는 가격은 그 낭만을 다시 누리고픈 마음을 꾹 누른다. 시장에서 누리는 ‘한 입의 행복’에 충실한 가격대를 기대하는 건 너무 욕심인 걸까-!
통인스윗 카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