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균일한 맛의 카이세키 요리(会席料理) 슬슬 다이닝 쿨타임 차서 다녀왔어요. 26년에 미쉐린 1스타 받은 곳이고 카이세키 베이스의 다이닝입니다. 보통 다이닝가면 아뮤즈부쉬가 제일 맛있고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인 곳이 많은데 여기는 끝까지 맛있었어요. 와인이랑 제일 좋았던건 오츠쿠리(=사시미), 순수 체급이 높았던 건 우마미라이스였는데 감칠맛 퐝 터지고 밍글스 리조또의 해산물 버전느낌이더라구요. 아무튼 짱맛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메뉴가 와인이 술술 들어가는 맛이라 중간에 바틀도 하나 주문했는데 와인 리스트도 가격 넘 착해서 더 좋더라고요! 코스는 츠키(1인 30만원)랑 호시(1인 22만원) 두 코스가 있는데 저희는 긴 코스인 츠키로 다녀왔습니다. --- [Egly Ouriet, Grand Cru] 에글리우리에에서 엔트리 라인인걸로 알고있는데 밸런스 좋고 맛있네요. 피노누아 & 샤르도네 블렌딩이고 노즈 & 팔렛에서 일관되게 갈변된 사과, 레몬 커드, 브리오슈, 약간의 버섯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산도도 둥글지만 살아있고 미네랄리티도 있어서 세이보리한 디쉬에 찰떡이었습니다. [우니 커스터드 도후(ウニカスタード豆腐)] 우니 컨디션이 엄청 좋은건 아니었지만 차완무시가 싸악 감싸줘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쿠미자카나(組肴)] 보통 핫슨이라고 하지 않나? 해서 찾아봤는데 핫슨은 보통 懐石料理(다회에 곁들이는 요리)에서 쓰이는 말이고 쿠미자카나는 보통 会席料理(술과 곁들이는 요리)에서 쓰이는 말이라고 하네요. 둘다 카이세키라고 읽고 요즘에는 크게 구분을 안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술과 잘 어울리는 요리들이라 여기는 会席料理가 더 맞을 것 같긴 하네요. 초당 옥수수 텐푸라는 차가운 콘스프랑 같이 나왔는데 단짠단짠 텐푸라에 시원한 스프 조합이 넘나 여름맛이었구요. 일본식 우엉 볶음인 킨피라는 사실 밥반찬으로도 자주 나오는 일상적인 음식인데 직접 로스팅하셨다는 참깨 고명 향이 진짜 좋았어요. 구운 가지를 한우 숯불구이로 감싸낸 요리는 카이세키 스러운 맛이었구요. 자몽과 키조개를 얹은 센베는 다 일본 식재료인데 약간 프렌치 느낌도 나서 색다르더라구요. [우마미 라이스(旨みライス)]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던 요리였습니다. 다시마, 사케, 홍합을 사용해서 감칠맛(旨み: 우마미)을 냈는데 그냥 미쳤어요…… 밍글스에서 먹었던 리조또가 인생 최고의 쌀요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그 리조또의 해산물 버전?? 느낌이었습니다. 짱맛… [아유(鮎)] 한시간동안 숯불에 구운 은어입니다. 오래 구워서 머리 & 뼈까지 다 씹어 먹을 수 있어요. 모양을 일부러 잡아 구워서 사진찍을때 멋지게(?) 나오더라구요. 맛은… 스모키한 향 뿜뿜한 구운 생선 맛이예요 ㅎㅎ [오츠쿠리(お造り)] 메모를 제대로 안해놔서 무슨 생선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은데;; 농어, 밴댕이, 전갱이, 무늬오징어.. 였을거예요. 산란기인 밴댕이와 전갱이는 기름져서 그런지 샴페인이랑 너무… 잘어울렸어요. 사시미 중 하나가 훈연향이 강했는데 와인이랑 같이 마시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향긋해지더라구요. [에비 유바(海老湯葉)] 콩물을 끓일때 나오는 막을 걷어 만든 유바를 밀가루피 대신 써서 만든 슈마이인데 유바의 고소한 맛과 산뜻한 식감이 새우 맛을 더해줍니다. 자칫 뜬금없는 중식디쉬가 될 뻔했는데 일본식 식재료를 써서 코스가 처음부터 쭉 이어지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트러플 치킨윙(トリュフチキンウィング)] 뼈를 제거한 윙 안에 트러플 라이스를 채웠습니다. 숯불에 구워 바삭한 닭껍질 식감도 좋고 숯불 향이 추가 주문했던 오레곤 화이트랑 잘 어울렸어요. [라임 소멘(ライム素麺)] 속을 파낸 라임안에 소면과 가츠오부시 라임 국물, 캐비어를 얹은 요리입니다. 흰머리라는 뜻의 시라가(白髪) 소면은 두께가 0.3mm로 이름처럼 머리카락만큼 얇은 면이었는데요. 라임을 넣어 상큼한 맛의 육수랑 시라가 소면이랑 잘 어울리고 음식들이 점점 헤비해지는 타이밍에 나와서 마우스 클렌저 역할도 해주더라구요. [크리스피 우나기(クリスピー鰻)] 숯불에 한 시간 동안 구워낸 장어구이입니다. 우나쥬나 일반적인 장어구이의 식감이 아니라 빠삭빠삭한 식감이라 특이했는데 맛있었어요. 그리고 베이징덕처럼 채썬 오이, 바질, 장어를 같이 넣고 전병에 싸서 바질 식초를 찍어먹는 요리도 나왔는데 저는 이게 그냥 장어구이보다 특이하고 맛있더라구요. [스키야끼 고항(すき焼きご飯)] 아스파라거스와 한우 채끝 스키야키를 쌀밥에 얹은 요리인데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예요. 맛있는데 아는 맛..! [칸미(甘味), 푸딩(プリン), 차(お茶)] 디저트는 월계수잎 아이스크림에 푸딩, 호지차가 나왔는데요. 푸딩도 크리미하고 맛있었지만 월계수잎 아이스크림이 독특하고 맛있었어요! 월계수잎은 세이보리한 디쉬에만 쓰인다는 편견을 깨준 디저트였습니다 ㅎㅎ 처음 맛보는 느낌인데 역하지 않고 향긋했어요.
하쿠시
서울 강남구 언주로157길 8-4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