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 기념리뷰★★ 한식이지만 절대 뻔하지 않은 22년 첫 미쉐린가이드서울 1스타를 받은 한식당 윤서울. 작년에 이 곳 밥이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보려 했지만 장기휴무라 그대로 잊고있었는데요. 연말에 미쉐린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인기 터지기 전에 가야겠다 싶어서 오픈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바로 밋업 열어 다녀왔습니다 ㅎㅎ. 식재료는 다양한 나라에서 왔지만 맛을 보면 누가 먹어도 이건 한식이지! 싶은 요리들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한식이라고 해서 뻔한 요리는 절대 아니고 이 가게만의 독특함이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면 요리가 아주 유니크한 맛이라 가장 인상에 남더라구요. * 콜키지: Piper-Heidsieck, Cuvée Brut Champagne 콜키지 차지가 저렴해 한 병 가져가보았어요. 사실 예전에 마셔보고 영 취향이 아니라서 셀러에 재워뒀었는데요. 일행이 궁금해했었기도 하고 샴페인이니까 코스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괜찮겠지 싶어 가져가봤네요. 이전에 마셨던 것과 비슷하게 레몬, 노란사과와 함께 미네랄리티가 느껴졌는데, 다만 이번에는 칠링이 정말 잘 되어 그런지 아스파라거스같은 식물성 향은 덜하고 토스팅한 사워도우같은 구수함이 있어서 여태 마셨던 파이퍼하이직 중 가장 맛있게 마셨어요(하지만 몸컨디션때문에 한입도 채 못마신게 함정^.ㅠ). * 굴과 레몬셔벗 첫 디쉬는 레몬셔벗, 이탈리아에서 온 유기농 핫소스를 올린 통영에서 올라온 스텔라마리스 굴입니다. 6년산 굴이라 크기가 어마어마했는데요(사진에서는 잘 안보이네요 ^.ㅠ) 레몬 + 굴 조합이라니 맛없없이죠. 새큼한 맛 덕분에 입맛이 살아납니다(그리고 저의 위산도…) * 작은 말린고기들 한치, 송아지 안심을 90일동안 말려 만든 육포, 입리코 등심으로 만든 육포, 하몽, 마카다미아가 한입거리 안주로 나오는데요. 이 중에서는 이베리코 등심이 한 입 물었을 때의 풍미와 감칠맛이 좋아 가장 맛있었습니다. * 감자전과 단새우, 탕엽(湯葉) 감자를 앏게 포를 떠 돌돌말아 구워 내 페스츄리같은 재밌는 식감을 주는 전 위에 단새우, 콩물을 끓여만든 탕엽(湯葉: 유바), 크리스탈 캐비어를 얹어주셨습니다. 정말 치즈같은 꼬릿한 느낌에 단새우의 감칠맛, 기름에 튀겨내듯 부쳐낸 고소한 감자의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 홍합과 멸치 메밀 타르트 홍합과 들깻잎, 올리브오일과 찐멸치를 올린 메밀 타르트는 홍합의 비린 맛은 느껴지지 않고 고소함과 감칠맛이 느껴지는 슴슴한 요리였습니다. * 전복 타르트 통밀과 녹두를 블렌딩해 만든 과자 질감의 타르트에 12년 묵은 죽장염 된장과 들기름에 무친 전복을 올려냈습니다. 마무리로는 라임 제스트를 뿌려주셨는데요. 라임향에 통밀이 들어간 타르트쉘 덕분인지 뭔가 타코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 아스파라거스와 줄무늬 전갱이 다음 요리도 된장과 들기름에 무린 요리인데요. 거기에 죽장염 된장, 이탈리아산 올리브오일을 듬뿍 넣어 같이 무쳐낸 줄무늬 전갱이는 짭짤하고 기름진 맛이었는데, 아삭한 아스파라거스와 레몬제스트 덕분에 물리지 않는 맛이었네요. ★ 들기름과 면 들기름에 버무린 면요리는 한 계절이 넘도록 가게 문을 닫고 해외로 다니신 결과가 여실히 느껴졌던 디쉬였는데요. 중면보다 살짝 도톰한 면을 들기름에 살짝 버무려 낸 아주 심플한 구성입니다. 프랑스와 터키의 유기농밀, 그리고 사천 백강밀을 블렌딩 해 태안 자염으로 간한 면은 찰기도 좋았지만, 은은한 들기름 향 사이로 고소한 밀향이 어마어마하게 뿜어져 나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디쉬였어서, 셰프님께서 면요리 식당을 오픈할까 고민하셨다고 하셨는데 만약 오픈하셨다면 당장 달려갔을 듯 하네요 ㅋㅋ ★ 도가니를 채워넣은 모렐버섯, 무만두 도가니와 간장을 넣고 진하게 우린 육수에 간장에 조린 무를 얇은 만두피에 싼 무 만두, 다진 도가니로 속을 채운 모렐 만두를 띄워냈습니다. 죽장염 간장을 사용해 감칠맛이 뛰어난 이 국물요리는 ‘깊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데요. 국물의 점도는 높지 않은데 맛이 너무 진해서 인지부조화가 올 정도(맛있다는 뜻)였습니다. 모렐버섯은 손이 많이가는 것 대비 맛이 그렇게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는 식재료 중 하나인데 여기서 먹은게 제 인생 모렐버섯이었어요. 식도염이라 맵다는 무만두는 입도 못댔지만 버섯과 국물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디쉬였습니다. * 민어, 민물장어, 지진 총각무 드라이에이징한 민어, 민물장어에 지진 총각무가 올라간 프리메인 디쉬입니다. 소스는 파프리카와 갖은 채소가 들어간 간장소스인데 감칠맛이 아주 도드라지네요. 민어는 드라이에이징을 거쳐 그런지 촉촉한데 맛은 또 농축된 기름진 맛이라 넘 좋았구요. 민물장어는 산초장아찌를 올려주셨는데, 산초랑 같이 먹을때는 너무 좋았지만 장어 단독으로 먹을 때에는 감탕내가 느껴져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지진 총각무는.. 식도염으로 한달내내 매운음식을 입에도 안대서 그런지 너무 맵더라구요^.ㅠ 쥬륵.. ★ 무항생제 오리와 만가닥버섯, 배 4-5일간 드라이에이징을 거친 뒤 구운 무항생제 오리와 만가닥버섯, 배를 얇게 저며 돌돌만 뒤 꿀과 함께 저온조리한 가니쉬, 간장과 갖은 채소를 다져 만든 소스를 곁들여 낸 메인디쉬입니다. 오리 자체도 좋았지만 밑에 깔린 소스의 맛이 아주 강렬해 기억에 남았습니다. 겹겹이 느껴지는 배의 질감이나 산뜻한 맛이 요리의 밸런스를 맞춰줘 맛있게 먹었네요. * 40일 드라이에이징 등심과 전복, 홍게다리 마른용의 눈동자라는 쌀로 지은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흘러 그 자체로도 맛있었지만, 전복, 말린 홍게다리, 말린 새우로 낸 육수로 만든 국과 함께하니 더 맛있었습니다. 말린 새우때문인지 집에서 종종 먹는 근대 된장국이 생각나는 맛이었어요. 등심은 40일간 드라이에이징을 거치셨다고 하셨는데, 한국식으로 바짝 익혀서 그런지 질감과 맛이 저에게는 살짝 뻣뻣하게 느껴서 아쉬움이 남았던 디쉬였습니다. 찬으로 같이 나온 가리비젓, 머위대, 표고, 고구마줄기 등은 괜찮았네요. * 파인애플과 레몬셔벗 스위스에서 공수한 제빙기로 만드셨다는 파인애플 레몬셔벗은 구름같이 퐁실한 특이한 질감이라 재밌었습니다. 상큼한 맛이라 입을 깔끔하게 씻어주네요. 원래는 더 저렴했다고 하는데 안 가봐서 비교는 어렵고, 다른 곳들과 비교했을 때 디너 9만원에 이런 구성이라니(심지어 콜키지 차지도 저렴하고 파는 와인도 10만원 언더의 저가 와인이 대부분..!^.ㅠ) 가격도 너무 좋더라구요. 식도염 나으면 무조건 재방문할 곳입니다. 재방문의사⭕️
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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