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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개고기
추천해요
1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제주에 여행을 간다면 이런저런 가게들을 찾아보겠지요. 예정에 없던 곳으로 충동적으로 가는 일이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행자는 많은 것이 처음이지요. 예정된 코스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고 다음 코스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근처의 카페를 검색하게 됩니다. 제가 이 카페를 오게 된 건 그렇게 우연한 일이었어요. 그 우연에 깊이 감사합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미감을 가진 사람이 가게를 내면서 타협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모든 요소를 관철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모든 자영업자는 예산의 한계를 가집니다. 입지와 건물에 따른 제한도 많죠. 인테리어는 정말이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잖아요. 가게를 여러 번 내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많은 분들이 업자를 통해 가게를 꾸미는 경험이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가게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단층의 네모난 건물에 카페의 각 요소가 짜임새 있게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아서 주인분의 마음을 상상하게 됐어요. 여기에 창을 내야겠다. 창을 볼 수 있게 자리를 놓아야지. 에어컨은 이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겠다. 커튼의 질감이 하늘하늘하니 커튼 레일이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 좋겠어. 좌식 공간도 어울리겠지만 다리가 불편할 수 있으니 많으면 안 돼. 바에도 자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공간이 작으니 많이 놓을 수는 없겠네. 우드톤이지만 자재는 현대적으로 좋을 걸 쓰자. 화장실은 분리하고 싶어. 시향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지. 뭐 이런 생각들. 똑같진 않겠지만 많은 고민을 하며 공간을 꾸몄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저를 비롯한 많은 손님들에게 와 닿았겠죠. 한옥에서 말하는 차경이라는 개념이 어색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도 여기를 추천드려요. 제주의 풍경이 카페 안으로 넘어옵니다. 커피를 받기 전부터 분명 맛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런 공간을 만든 사람이 자신의 본업을 허투루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저울을 사용하는 사람은 보통 커피를 맛있게 만들더군요. 아주 맛있는 라떼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커피와 디저트가 모두 맛있는 카페를 찾았어요. 정말 드물거든요. 하지만 공간과 커피가 모두 좋은 곳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전망을 비롯한 공간이 좋은 가게는 나머지 요소는 수준 이하인 경우가 많잖아요. 제 생각이 너무 협소했던 거죠. 제게 감동을 준 이 카페를 여러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멍하니 앉아있던 이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어요. #2023연말결산

카페 이면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능5길 1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