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날짜: 23-08-22 간만에 신당 쪽으로 가볼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와인바 디핀. 이전에 디핀옥수에서 좋은 시간 보냈어서 이름이 똑같아 신기했었는데, 알고보니 여기가 디핀옥수보다 더 먼저 생긴 곳이더라. 메뉴도 메뉴지만 와인도 정말 다양해서 고르기 쉽지 않았는데, 셰프님께서 너무 재밌게 리스트 없는 것까지 들고 와 설명해주셔서 감사했다. 디핀옥수를 갔던 기록이 남아있었는지 전에 와보셨냐고 물어도 보시는 걸 보고(다른 분과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친절을 넘어 손님과 교감을 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아 단골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미베, 백송과 함께 신당 최애 3 손가락 안에 들어버렸다. 참다랑어 타틀렛 🤡: 내 기준 또 가고 싶은 와인바의 기준 중 하나는 핑거푸드로 나오는 스타터가 맛있어야 한다는 것. 참다랑어와 패션후르츠의 묘한 조합인데, 정말 정말 맛있었다. 다른 메뉴는 또 가게 된다면 바뀔지 모르겠지만 이건 항상 시킬 것 같다. 사워도우 & 트러플 버터: 사워도우 브레드는 정말 원하는 굽기로 나와 과하게 바삭하지도, 물렁하지 않은 적절한 식감이었고, 트러플 버터는 오히려 트러플 향이 세지 않아 정말 맛있었다. 실제로 트러플이 얼마나 들어갔는진 모르겠지만, 색깔도 갈색빛인 데다가 트러플 오일 특유의 비릿한 코를 찌르는 향 없이 맛만 은은하게 입 안에서 맴돌아 트러플을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만한 맛이었다. 와규: 호주산 와규이며, 독특하게 스테이크용으로 흔하기 보지 못했던 보섭살이었다. 우둔살 아래 넓적다리에 해당하고, 뒷다리살인 사태에 비해 운동량이 적어 압도적으로 부드러운 부위이다. 흔한 코냑인 레미마르탱(메뉴판엔 레미 마틴이라고 적혀 있다)으로 만든 소스와 곁들여진 야채가 적절한 산미를 줘 스테이크와 정말 잘 어울렸다. 여타 스테이크 소스처럼 감칠맛을 더하는 소스는 아니었지만 와규 그 자체로 육향이 충분해 밸런스도 잘 맞았던 듯 하다. 올리브 아이스크림: 내가 가장 기대를 안했던 메뉴이자 기대를 뛰어넘은 메뉴. 올리브를 잘 안먹는 나지만 어디서도 못 먹어 볼 것 같아 도전정신을 가지고 시켰는데, 정말 훌륭했다. 올리브 아이스크림보다도 밑에 깔린 블랙 올리브 캔디가 킥이다. 내가 싫어하는 올리브 특유의 시큼한 맛이 전혀 없고 은은한 단맛이 살아있어 남김없이 싹싹 비워냈다. 내가 의심하며 주문한 걸 들으신 셰프님이 먹으면서 변하는 내 표정으로 보시고 뿌듯하게 바라봐주신 건 아마 확실한 자신감이 있으셨던 건 아닐까.... 덕분에 나갈 때 쯤엔 더더욱 친해졌다. Lincoln Cabernet Sauvignon 2019: 정말 오랜만에 마신 까베르네 쇼비뇽 레드와인이자 캘리포니아산 와인. 기본적으로 드라이한 편이라 실패는 없는데, 이거 마실바에 저거 먹지란 마인드로 남미나 유럽쪽으로 눈을 자주 돌려서이다. 드라이하고 탄닌감을 선호하는 내게 강력하게 추천해주셨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 와규랑 정말 잘 어울렸다. 마지막에 나갈 땐 2차로 갈만한 장소를 추천해주실 만큼 친절하신 셰프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시험 끝나면 반드시 누구든 끌고서 갈 것이다. TMI지만 벽면 상단에 올려진 Jensen Imperial 스피커는 내 눈길을 안끌래야 안끌 수가 없었다. 뭐든 진심이시네 사장님.
디핀
서울 중구 퇴계로 4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