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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싱글오리진을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마셨습니다. 셋 중 둘은 노트에 부합하는 향미가 미디엄 정도의 충분한 인텐스로 느껴졌고, 하나는 매끄러운 질감까지 돋보였습니다. 하나는 향미 발현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플랫한 느낌이었구요. 두세 김 식고 커피가 미지근해지면 세 커피 모두 덜 익어서 나는 부정적인 맛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그것들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온도가 여느 덜 익은 커피들의 것보다 좀 더 낮은 느낌입니다. 그러니 커피 초보들은 잘 모를 수 있고, 중급자도 약간 아리까리할 수 있습니다.(다만 플랫했던 커피는 식으니 시큼한 맛이 올라와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좀 더 알아차리기 쉬울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안 익은 언더디벨롭 커피는 대체로 원두가 겉은 눌고 속은 안 익어서, 오버로스팅된 겉 부분의 눌은 향미(일반적으로 한약맛이라고들 많이 느끼는)가 나오는 게 보통인데, 스몰로우의 커피에서는 그런 오버로스팅된 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판단이 더 어려운 거구요. 일전에 올렸던 트레머 커피 웍스의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위장을 공격하는 것도 비슷해서 커피를 다 마시고는 속이 상당히 불편했구요. 작금의 신(新) 언더디벨롭 커피는 오버로스팅된 향은 나지 않지만, 식었을 때 커피가 제대로 안 익어서 나는 텁텁하고 지저분한 맛들이 느껴지고 위장을 공격해서 속이 거북해지거나 설사가 나는 건 예전의 언더디벨롭과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에 많은 팬들이 있는 R커피나 N커피도 이런 계열의 커피라고 할 수 있구요. 그렇다면 왜 이런 커피를 만드느냐, 배전도가 낮을수록 좋은 향미들이 나오기 때문인데, 언더가 나더라도(언더디벨롭된 커피에 대해 업계에서는 ‘언더가 났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좋은 향미를 인텐스있게 뽑아내는 걸 우선시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소비자도 생산자도 모두 무지했기에 이런 커피가 통용될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를 벗어나야 마땅하지 않나 싶구요. 하지만 여전히 이런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현실을 바로 알아야 언젠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https://www.postype.com/@tastexplain/post/16896980

스몰로우

서울 마포구 연남로11길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