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젊은 알바생들이 구워주는 고기는 맛있는 곳. 쌈채소는 없냐고 물어봤다가 2초간의 말없이 불타는 응시에 나는 뺨을 맞는 줄 알았다. 3초간 계속되었다면 그때는 결국 맞는 줄 알고 운명을 받아들였을 것. 장난스럽게 쓰긴 했지만 화는 둘째치고 당혹스러웠다. 없으면 없다고 하지. 고기는 맛있다. 삼겹살은 평범하기 때문에 먹고 싶으면 먹고, 시켜야 할 것은 목살이다. 목살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도 여기선 목살이 더 좋았다. 각종 밑반찬들을 셀프바에서 가져올 수 있어 편리하고 좋다. 다만 김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다. 정확히는 달고 밍밍하다. 개인적으로 중국산 김치가 나름의 맛이 있어 불호는 아니지만 이렇게 맛 없는 김치는 살면서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어느 정도냐면 김치를 먹고 맛이 없어서 인상이 찌푸려지는게 아니고, ’아니 어떻게 김치에서 이런 맛이⋯?‘ 싶어서 동행인과 확장된 안구 평수로 무언의 아이컨택을 하게 된다. 나름 김치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물론 가게 이름이 껍데기를 걸었듯 껍데기가 맛있다. 다만 추천하고 싶은 것은 껍데기 먹고 싶으면 껍데기와 함께 먹을 고기를 좀 남겨놓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양념이 묻은 껍데기라 고기를 먼저 불판에 굽고 다 먹을 즈음 그릴로 바꾼 뒤 껍데기를 따로 구워주시는데 껍데기만 먹으려다 보니 좀 물린다. 소주라도 먹으면 좋았겠지만 술을 안 마시는 나와 같은 분들은 마지막 껍데기 한 점을 들기 전에 질릴 것이다. 또 하나 추가로 생양파가 무지하게 맵다. 구워먹어도 맵다. 서른살 건장한 남성인 본인이 내 엄지만한 양파 조각과 고기 한 점을 같이 집어 신나게 먹었다가 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만큼 맵다. 김치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재방문 의사는 없다.
한강껍데기
서울 마포구 망원로 48-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