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얗고 요염한 닭이 내 여름나기를 돕는다는 건 어떻게 보자면 사랑과 다름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삼계탕을 선호하지 않는다. 삶아진 닭 특유의 미끄덩한 식감이 싫고, 삼계탕의 살코기 바르는 불편함이 급식 시절부터 차곡히 쌓였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집에서 해먹는 백숙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그것은 맛과는 관계 없고 손이 더러워지면 재빨리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집의 들깨 삼계탕은 살코기를 바르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는가? 아니다. 대신 이건 가정 백숙보다 무지하게 맛있다. 개인적으로 들깨 요리를 선호하는 취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본품인 삼계탕은 고사하고 반찬들 자체가 맛있다. 국물에 푹 절여진 밥알들과 함께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섞박지, 김치, 양파 장아찌를 즐기느라 삼계탕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주변을 둘러보면 뜬금 없는 명언 인테리어나 제공하는 서비스에 사장님의 친절이 깃든 것 같기도 하여 애정이 더 가는 것도 사실이다. 식사 전 애피타이저로 옛과자를 먹을 수 있고, 식후 입가심으로는 아이스크림도 제공한다. 나가면서 운동회 때나 먹던 눅눅한 콘에 직접 아이스크림을 두 스쿱 떠얹어 가게를 나서면, 아무리 더운 공기가 들이치더라도 운동회에 엄마가 구경 온 아이처럼 의기양양해진다.
청학동 들깨요리
전북 전주시 완산구 백제대로 231 흙뿌리 진안홍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