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들에게 나의 베테랑이 푸대접을 받는 것 같아 쓴다. 유치원 때부터 종일반 선생님 손을 잡고 방문했으며, 우리 엄마는 고등학생 시절 담벼락을 넘어 베테랑을 먹었을 정도로 모자가 모두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집이다. 맛과 더불어서 특유의 시끌거림과 좌식 식탁의 무게에 이르기까지 내게 맛집이라고 한다면 갖추어야 할 특유의 분위기는 모두 베테랑을 기준으로 정립되었다. 걸쭉한 텍스쳐의 국물과 조금은 불은 듯한 면, 얼빵한듯 해도 거산처럼 믿음직스러운 삼촌 같다. 뽀얀 면과 누런 국물 위로 통들깨와 김가루, 고춧가루가 오소소 올라와 마치 오방색과도 같다. 이게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음식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단 말인가. 간혹 전주사람들은 안 가는 곳으로 베테랑을 꼽는 영상이나 글을 보곤 한다. 난 그에게 진심으로 전주인은 맞는지 묻고 싶다. 완주나 봉동 사람인 것은 아닌지? 남원이나 정읍 분이신지? 전주사람이 안 가는 곳은 조점례 피순대와 길거리야이지, 베테랑이 이런 대화의 주제로 오른다는 것 자체가 나의 귀여운 삼촌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불려가 긴장한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맘이 콕콕 쑤시고 영 좋지 않다. 나에게 베테랑은 애향심을 올려주는 사실상 국뽕, 향뽕의 하나다. 두유 노 베테랑? 예전에 비해 맛이 떨어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서울의 센트럴시티 터미널이나 롯데백화점 같은 곳에 분점을 낼 때와 맛이 변하기 시작한 시기가 얼추 비슷하다. 그래도 서울의 소위 칼국수 맛집이라고 으스대는 집들 중 베테랑을 꺾는 곳은 경험하지 못 했다.
베테랑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13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