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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cio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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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마장동 #목포산꽃게 "향긋한 꽃게내음, 그리고 치열한 전투" #꽃게LOVE 많은 갑각류 중에 나의 마음을 뛰게 하는 유일한 갑각류는 <꽃게>다. 살 많은 킹그랩, 쫄깃한 랍스터, 달큰한 대게, 고소한 털게 모두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귀한 몸이지만 어릴 때부터 쪄먹고 조려먹고 탕으로 먹던 우리의 게는 바로 꽃게다. 이렇게 꽃게를 좋아하니 유학가는 전날 어머니께서 수산시장에서 제일 큰 꽃게를 사다 나만 먹으라고 쪄주신 뭉클한 사랑의 기억도 있다. #루틴 이런 꽃게사랑은 나로 하여금 루틴을 형성하게 한다. 1년에 한 번은 꼭 꽃게를 원없이 먹어야 하는 루틴. 예전 합정동에 살았을 때에는 주로 강화도로 갔었다. 강화도 서쪽 끝으로 서산꽃게가 나의 단골이였는데, 방바닥에 앉아 질펀하게 꽃게찜과 꽃게탕을 해치우곤 했다. 아내는 꽃게를 싫어하지만 아들이 좋아하니 꽃게살을 발라주러 동행을 한다. 물론 게딱지밥에 대한 열정이 게살 바르는 작업의 노동을 상쇄하긴 하지만... #목포산꽃게집 올 해는 어디로 꽃게를 먹으로 가볼까 생각하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서울에 유명한 곳을 찾았다. 바로 마장동의 목포산꽃게집이다. 이집은 수요미식회 초창기에 출연을 해서 기억을 하는 집이다. 그리고 맛있는녀석들에서도 뚱4들이 아주 맛나게 먹었던 장면도 또렷하다. 특히 꽃게찜을 주문하면 꽃게육수를 주시기 때문에 그 욕심에 이곳으로 달려가 봤다. #게싸움 꽃게탕과 꽃게찜을 주문했는데, 게가 조금 실망스럽다. 암게가 제철인 지금 당연히 암게를 먹고 싶었으나 반반 정도로 암게와 숫게가 섞여있다. 게의 크기도 고르지 않다. 큰놈, 작은놈이 섞여 있다. 아마 무게를 맞추느라 드러지 않았나? 혼자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게싸움을 시작한다. 게를 먹는 작업은 미식행위라기 보다는 전투에 가깝다. 단단한 갑옷에 둘러싸여 있는 달콤한 보물. 이 보물을 획득하기 위해 나는 젓가락이라는 초라한 무기와 이빨이라는 강력한 도우미를 동반하고 전장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듬직한 보물 덩어리가 달콤하게 내 입으로 굴러들어오면 행복의 엔돌핀이 샘솟는다. 신기하게 전투의 승리는 얼마나 많은 살을 먹었느냐에 달려있지 않다. 얼마나 적은 살이 껍질에 남아 있느냐가 관건이다. 살 없는 텅빈 게껍질을 보며 승리의 희열을 느낀다. #순하다 이집의 음식은 꽤 순하다. 특히 꽃게탕은 다른 곳에 비해 더 순한데, 그래서 계속 약불에 끓여 먹는 것이 맛있다. 처음에는 연하다 점점 게와 된장과 채즙의 정수가 진해지면 혀가 자극을 받기 시작한다. 너무 쎈 자극은 미각을 마비시키니 그 즈음에서 육수를 청해 부어 다시 순하게 먹어야 한다. 그렇게 무한 루프를 몇 번 타면 소주 너댓 병은 순삭이다. #고구마밥 이곳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즉석솥밥이다. 고작 2000원이라는 금액으로 고구마가 들어간 돌솥밥을 해준다. 물론 누릉지도 포함이다. 뭔가 꿀이다. #꽃게의계절 꽃게는 암수 철이 다르다. 1년에 두 번 제철인데 보통 4-6월 봄과 함께 향긋함으로 다가오는 암꽃게의 철이 있고 여름 열기가 가시기 시작하는 9월부터 살이 꽉찬 달달한 숫꽃게의 철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알이 꽉찬 (실제는 알이 아니지만..) 암꽃게를 선호하지만 살만으로 승부하는 숫꽃게의 풍성함도 기가 막히다. #금어기 꽃게의 금어기는 6월 21일 부터 8월 20일 까지다. 그 때는 생꽃게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선동꽃게를 사용한다. 꽃게 러버라면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에 빨리 꽃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보자. ** 주의 #공간낭비 이집도 테이블이 꽤 작다. 리노베이션 후 손님을 최대한 받으시려고 했는지 테이블이 꽤 작다. 4인이 앉으면 가득 찬다. 게다가 가운에 가스버너가 삽입이 되어 있고 여기에 탕이라고 하나 끓고 있으면 다른 메뉴 주문하기도 어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짜투리 공간을 내 손바닥 만한 큼지막한 반찬그릇으로 가득 채운다. 쓸데없이 큰 반찬그릇들은 손님들의 미식행위를 처절한 공간과의 전투로 만들어 버린다. 새 메뉴가 나올 때마다 공간 없는 테이블에 대고 점원이 나한테 물어본다. 점원: 어디다 놓을까요? ㅎㅎ 나: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음식을 이렇게 주셨으면 알아서 공간을 만들어 주셔야죠. 이런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반찬을 싹 물리는 수밖에 게다가 게껍질 버리는 통이 없어서 씹던 게껍질을 내 앞접시에 쌓아야 하니 미식 경험이 아니라 처절한 전투의 현장의 모습이다.

목포 산꽃게 아구찜 탕

서울 성동구 마장로 331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