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재동 #만수옥 "기교없이 끓여낸 담백한 설렁탕" 1. 현대 본사가 있는 안국역 부근을 계동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현대는 예전부터 현대 본사라고 안부르고 계동사옥, 계동 현대 이렇게 부르던 것이 생각이 난다. 별안간 왜 현대 타령이냐고 하시겠지만, 이곳 계동 현대는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던 현대건설의 시작이였고, 정주영, 이명박 등 현대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일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2. 그런 현대맨들의 한 끼를 든든하게 채워주며 50년을 함께했던 설렁탕집이 이곳 <만수옥>이다. 어느덧 50년이 넘는 세월을 한 자리에서 버티며 지금의 설렁탕 명가로 자리잡았다. 물론 선대 회장과 사장이였던 분들이 좋아하고 단골이였다는 것도 이집의 유명세에 한 몫을 했겠지만... 3. 참 궁금했던 곳이라 설렁탕 한 그릇 하려 일부러 찾았는데, 입장부터 포스가 남다르다. 카운터에 백발의 할머니는 묵묵히 가게를 보면서 진두지휘를 하시고 손으로 장부를 쓰고 카드 계산도 척척 해내신다. 한 눈에 저 분이 창업주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설렁탕이 50년을 지나며 이집만의 설렁탕으로 완성이 됐겠다 싶으니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4. 여느 설렁탕집과는 다르게 이집은 소끓이는 꾸린내가 가게에 없는 것이 좀 의하했다. 오랜세월 끓이다보면 미약하나마 가게에 소누릿내가 배게 마련인데, 이집은 냄새가 없는 것이 좋기도, 나쁘지고 하다. 역시나 설렁탕도 소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깔끔함이지만, 어떻게 보면 풍미의 결여일 수도 있다. 5. 맛도 굉장히 담백하다. 첫 느낌은 이문설렁탕 처럼 연한 국물이지만 담백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다. 순수한 설렁탕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이문설렁탕은 첫 담백함 뒤로 은은한 육향과 골향이 느껴지는데, 이곳은 이것이 부족하다. 6. 왜 그런가 탕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풍미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름을 너무 잘 걷어낸 탓이다. 이집 처음 입장했을 때 누릿내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은 지나치게 끓여지는 기름이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탕에도, 실내에도 꾸릿한 향이 없어 담백함이 극대화가 되었다고 판단이 된다. 그런데, 그러면서 풍미도 잃었다. 신사동 영동설렁탕의 옵션 중 기름빼기 국물이 딱 이런 맛이다. 담백한데, 심심한... 7. 고기는 꽤 부드럽다. 물론 얇게 썰은 두께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나름 먹을만한 부드러움이다. 대신 한우를 사용해서 그런지 고기의 양은 박하다. 8. 종합해보면 이집 탕은 기름기 없는 부위와 좋은 사골로 잘 끓여낸 국물이고 여기에 큰 기교 없이 묵묵하게 정성껏 불순물과 기름을 열심히 걷어내 담백함을 극대화한 스타일인 것이다. 대신 아쉽게도 설렁탕 특유의 풍미는 감소가 됐다.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이런 풍미의 차이가 맛있와 없다의 차이로 발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완탕을 했다 ㅎㅎ PS: 김치가 좀 아쉬운데 배추김치는 겉절이 스타일이라 산미가 부족하고 깍뚜기는 시원함이 살짝 아쉽다. <깔끔하고 담백한 설렁탕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곳을 추천하고 눅진하고 묵직한 탕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이집은 비추다>
만수옥
서울 종로구 북촌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