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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cio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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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신촌 #대신동 #하노이의아침 "클래식으로 박재가 되어버린 옛날 쌀국수" 1. 베트남음식, 정확히 말하면 쌀국수를 처음 먹어본 것이 아마도 1990년 무렵이였던 것 같다. 성수대교 남단 쌍봉볼링장 뒷편, 지금으로 말하면 LF빌딩 건물 골목에 노란 간판의 쌀국수집이 생겼다. 당시 베트남음식이 뭔줄도 모르는 본인도 핫플이라고 소문난 곳에 어깨 으쓱하며 먹고 신세대임을 뽑냈던 허세로운 식사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어렴풋하게 그 맛이 기억이 나는데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고기국 비스하지만 숙주도 넣어 먹고 이상한 향도 좀 났었던 것 같다. 2. 지금도 이런 수준의 맛은 쌀국수 프렌차이즈에서 흔히 맛볼 수 있긴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는 진짜 베트남맛과 비슷한 베트남 쌀국수집도 즐비하기 때문에 그 옛맛은 뭔가 저렴한 맛의 느낌으로 치부가 되곤 한다. 그런데 이곳 <하노이의아침> 음식은 저렴한 느낌과 결을 같이 하지만 저렴함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클래식>이라는 느낌으로 표현을 하고 싶다. 3. 연희동 지점을 처음 가봤는데 우연히 발견한 신촌점도 비슷한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잘 치장한 듯 안한 듯한 나무결의 인테리어도 그렇고 뭔가 베트남 느낌으로 보이려고 사용하는 부채식 메뉴판이나 식기들은 조금 애잔한 느낌도 난다. 그런데 희한하게 맛도 그렇다. 4. 돼지고기 볶음인 돼지고기남프릭 볶음은 굴쏘스 베이스로 볶아내고 따로 아삭하게 살짝 볶은 숙주와 함께 서빙을 한다. 남프릭이지만 남프릭 다운 맛 보다는 굴쏘스에 고추를 좀 넣은 맛이라 한국 현지화를 완벽하게 한 맛이랄까. 월남쌈도 요즘은 서빙하는 집이 별로 없어 귀한 메뉴인데 이집의 시그니쳐 중에 하나다. 하지만 소스도 고기볶음도 간이 약하기 때문에 포만감은 아쉬운 맛이다. 쌀국수는 30년 전 먹던 그 맛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향신료의 느낌이 더 있는 수준. 5. 이집은 솔직히 내 기준으로는 맛없다. 그런데 싫지 않다. 30년전 압구정동에서 먹던 인생 최초의 쌀국수가 생각나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집 맛은 나의 뇌에는 클래식맛으로 박재가 되어있나보다.

하노이의 아침

서울 서대문구 연대동문길 45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