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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피카소의 드로잉 작품같은 제주 음식 1. 전국 팔도의 음식 격전지 서울에서 유독 외면받는 음식을 꼽으라면 제주 향토음식과 부산 돼지국밥이라 생각한다. 향토음식은 지방의 고유 식재료와 조리 방식 그리고 역사성이 더해진 그 지역의 전통 음식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서울에선 도저히 정취가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그만큼의 맛을 내는 곳이 참으로 드물다. 2. 서울 교대역 인근 골목 2층에 자리잡은 이 집은 그런 점에서 <미각으로 느끼는 제주>라는 표현이 퍼뜩 떠오를만큼 훌륭한 경험을 한 곳이다. 3.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늦게 합류하여 맛본 음식은 자리젓갈을 컨디먼츠로 한 오겹살구이, 신선한 고등어로 만든 김치찜, 제주 가문잔치(혼례)에 빠지지 않은 음식인 몸국 등이다. 4. 재미있는 것은 메뉴는 제주의 향토음식이건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통 제주식이라기 보다는 <서울화>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진화한 맛이라는 점이다. 실제 정통 제주음식의 정체성은 거친 자연 환경 속에서 다듬어진 투박함이다. 일례로 제주의 돔베고기는 수육을 도마 위에 플레이팅한 고기가 아니라 제주의 초가집 정지(부엌)이 흙바닥이었기 때문에 <음식물에 흙이 묻지 않도록> 다리 달린 <높은> 도마에 직접 썰어 먹던 음식이다. 5. 이 식당의 음식은 서울 강남의 음식처럼 세련되었다. 세련되면서도 제주 음식의 향토성을 간직하고 있다. 코스 요리로 제공되는 메인 음식도 훌륭하지만,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가지무침과 호박나물 등의 식감과 간의 밸런스 등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다. 6. 이 집의 음식을 경험하며 문득 <피카소의 드로잉 작품>이 떠올랐다. 92세까지 장수하며 약 5만여점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던 피카소하면 게르니카, 아비뇽의 아가씨 등 입체주의 미술 양식이 떠오르는데, 나는 오히려 피카소의 선드로잉 작품을 애호한다. 하나의 선을 이용해 사물을 표현한 그의 그림을 보면 대충 그린 듯 해도 사물의 특징이 굉장히 잘 묘사되어 있는데, 성산포바당의 제주 음식이 바로 이렇다. 7. 세련된 서울 음식 속에 포인트로 아로새겨진 제주스러움.. 그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제주 성산포 바당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26길 7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