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 #정국시랑 #잔치국수 세트 * 한줄평 : 참 따스하기 이를데 없는 국수 한 그릇 과음한 다음날 찾는 음식은 매콤한 라면이나 짬뽕이지만, 마음이 허한 날 그리운 음식은 멸치국물에 별다른 고명 없이 말아낸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다. 의도치 않게 이 날은 너무나도 새벽 일찍 눈이 떠졌는데, 한숨 더 자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그대로 출근을 감행했더랬다. 이대로 회사로 출근하기엔 아쉬운 마음에 아침끼니나 때우자며 방문해서 주문한 것이 잔치국수+김밥 세트 메뉴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혼자 우두커니 앉아 기다리다 잔치국수 국물을 수저로 떴는데 왠지 지친 몸과 마음이 따스하게 뎁혀지는 느낌이다. 문득 어린 시절 읽었던 어두운 방안 가득 뭔가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막대한 보물이 아니라 동전 한닢으로 산 양초의 불빛이었다라는 동화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건 요리사의 솜씨와 신선한 재료일 수도 있겠지만, 먹는 이의 기분과 당시 분위기 역시 큰 몫을 담당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트 메뉴 5천원의 가치 이상의 것을 받은 듯 싶어 현금을 드렸더니 아주머니께서 감사하시다며 두 손으로 받아드신다. 이래 저래 내가 참 감사한 날이었더랬다.
정국시랑
서울 종로구 삼봉로 6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