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잔디밭숯불가든 #돼지갈비 * 한줄평 : 사라져가는 추억의 돼지갈비 • 외식업계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져버린 돼지갈비 이야기 • 지방 소도시에서 만난 추억의 돼지갈비 • 마무리는 밥보다는 면으로 (냉면 or 소면) 1.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식문화에서 고기 요리는 곧 <소>를 의미했다. 탕반으로 대표되는 우리네 식문화에서도 탕국(무국), 육계장, 해장국 등의 주재료는 소고기였고, 한식의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불고기 역시 소고기를 간장으로 단짠 양념을 한 것이다. 2. 우리네 식탁에서 돼지고기가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눈부신 경제발전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경제발전은 당연히 국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연결되어 소고기의 폭발적인 소비가 이루어졌다. 이에 정부는 소고기의 반값도 채 되지 아니하던 돼지고기를 이용한 돼지갈비를 정책적으로 홍보하였다. 3. 그리하여 1980년대 국민학생 이상 연령이었던 지금의 40대 중년 윗세대는 돼지갈비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품고 있다. 추억은 곧 ’이제는 경험할 수 없이 흘러가버린‘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가버렸으니 추억이다. 4. 1990년대만 해도 돼지의 갈비뼈 부위를 정형하여 사용했는데 삼겹살의 폭발적인 인기로 최대한 삼겹살로 정형하고자 뼈의 고기를 최소로 정형하니 갈비 양념을 한 목살과 식용 접착제로 뼈와 저렴한 부위를 붙여낸 것들이 <진짜 돼지갈비>의 자리를 빠르게 잠식하였다. 근래 들어 돈육 시장의 트렌드 또한 고급 품종 돼지의 숙성이니 양념 돼지갈비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져만 가고 있다. 5. 그런데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육지로부터 고립되어 고유의 생태계를 갖고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미식 트렌드와 무관하게 <마이 웨이>를 가고 있는 경우를 왕왕 만나게 된다. 6. 인구 10만여명의 영주에서 <숯불 돼지갈비>란 아이템으로 2호점까지 내고 성업 중인 <잔디밭 숯불>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저 시골도시의 평범한 돼지갈비같지만, 숯불과 철망, 정형 두께와 양념 등이 굉장히 치밀하게 잘 설계되어 있다. 7. 200g 1인분 기준 11천원인지라 숯의 품질이 대단히 좋진 않지만, 성형탄의 화력과 지속력이 좋아 사이즈가 크지 않은 불판의 고기를 빠르게 익힐 수 있다. 구이판은 철망을 사용하는데 대략 2인분의 고기를 구워내고 빠르게 교체해주는 전략을 택해 세척의 용이성을 더했다. 8. 강력한 화력과 얇은 철망에 기가 막히게 궁합이 좋은 것은 이 집의 <정형 두께>이다. 얇게 포를 떠 양념이 타지 않고 고기 속까지 빠르게 구워낼 수 있도록, 양념이 쉽게 배이도록 한 설계가 돋보인다. 9. 고기를 굽는 와중에는 밥을 주문하여 쌈으로 먹어보길 권한다. 파채와 청량고추지 등의 조합이 그 옛날 시절의 향수를 묘하게 끌어낸다. 식사로 주문하는 것은 밥과 된장보다 <소면>과 <냉면>이다. 은은한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만든 소면에 간장 양념으로 간을 맞춰 먹는 것도 준수했지만, 경상권 방식대로 고명으로 <단무지>를 채썰어 올린 냉면이 특히 훌륭했다.
잔디밭 숯불
경북 영주시 구성로 383 잔디밭숯불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