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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1년

#서귀포 #혼차롱식개집 #혼차롱 * 한줄평 : 제주의 식개(제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식당 1. 지역에 따라 제사 음식이 각기 다르지만,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정갈하게 준비하는 것은 지역의 구분이 없다. 전일 올린 ‘낭푼밥상’이 제주의 ‘산 자를 위한 잔치 음식’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 곳은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식탁에 담겨져 있다. 2. 혼차롱 식개집이라는 상호에는 이 집 음식에 관한 정체성이 담겨 있다. ‘혼’은 하나를 의미하고 ‘차롱’은 음식을 담는 소쿠리, ‘식개’는 제주어로 제사를 뜻한다. 즉 제사 음식을 소쿠리에 담아내는 식당이란 것을 상호에서 유추할 수 있다. 3. 제주의 향토음식을 경험하러 마음 먹고 방문한 곳이지만, 식전 음식으로 내준 <호박잎국>부터가 육지에선 먹어보지 못 한 음식이다. 제주 어느 동네 집 주변을 가도 호박 덩굴이 돌 틈 사이로 뻗어 돌담 위까지 무성하게 덮여 있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만큼 재료의 조달이 손쉬웠으니 먹을 것 귀했던 섬 지역 어염집에선 여름의 단골 메뉴였을테다. 주인장께 여쭤보니 멸치국물에 호박잎을 넣고 끓이다 밀가루를 대충 풀어 국물에 흩뿌린 것이 조리법의 전부라는데 거뜬히 한 그릇을 비워냈다. 4. 기본찬을 내어주는데, 시금치와 고사리, 콩나물 등 삼색나물을 필두로 노각무침, 늙은 호박 조림과 가지 등이 상에 내어진다. 제사 음식은 색의 조화로움을 조화롭게 각 방위에 배치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 곳의 기본찬 역시 오방색(황색, 청색, 적색, 백색, 흑색)을 고루 갖추었다. 5. 사장님께서 차롱에 옥돔구이와 빙떡, 돼지고기 산적구이를 담아 가져다주시는데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빙떡>이다. 제주는 전국에서 메밀 산지로 으뜸인데, 강원도 대표 음식인 막국수가 메밀 요리의 상징으로 자리잡다 보니 오히려 제주 메밀의 대표 음식인 <빙떡>은 육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몹시 낮은 편이다. 빙떡은 메밀가루 반죽을 둥그렇게 부쳐내어 무나물을 또띠야처럼 싸먹는 음식인데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다보니 슴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제주에는 “빙떡에 쏠라니”라는 표현이 있는데 슴슴한 빙떡에 쏠라니(제주어로 옥돔)을 한 점 얹어먹으면 간의 밸런스가 맞아들어가며 매력이 배가된다. 6. 돼지고기 산적구이는 제주어로 <됫괴기적>이라 하는데 제사상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특식이다. 제사 음식이기에 향이 강한 마늘 등은 배제하고 간장, 참기름, 설탕 등 간단하게 양념하는데 꼬지에 꿰인 고기의 크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 음식은 길고 크게 만들어내는 풍습의 결과물이다. 됫괴기적 역시 자세히 관찰해보면 음양오행설애 따라 꼬지에 꿰인 고기는 5개, 접시에 담긴 꼬지는 3개로 홀수로 이루어진 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본 글의 전문은 brunch.co.kr/@ochan/45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혼차롱식개집

제주 서귀포시 동문로 50 갯바위횟집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