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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갈릭보이 #햄앤치즈 한줄평 : 마늘 앞에서 우리는 모두 단군의 후예. 1. 단군신화에서 곰은 마늘 스무 쪽과 쑥을 먹으며 백 일을 버텼고, 그 지난한 시간을 통과한 끝에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2. 인간이 되기 위해 견뎌야 했던 것이 하필이면 마늘이었다는 사실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단순한 신화적 장치라기보다 이 민족이 어떤 맛과 향을 끌어안고 살아왔는지를 은근히 드러내는 대목처럼 느껴진다. 3. 실제로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은 양의 마늘을 먹는다. 1년에 한 사람이 7킬로그램이 넘는다는 통계가 굳이 놀랍지 않게 들리는 것도, 김치와 불고기, 된장찌개와 같은 일상의 음식들 속에 마늘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 되면 마늘은 어떤 요리에 [넣는] 재료라기보다, 애초에 [빠질 수 없는] 전제에 가깝다. 4. 그렇다면 마늘을 전면에 내세운 베이커리가 등장했다는 사실 역시, 낯선 시도라기보다 오히려 뒤늦은 귀결처럼 보인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창덕궁 쪽으로 몇 걸음 옮기다 보면 [GARLIC BOY]라는 네온 간판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사실 이 집을 알아보는 데에는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작동한다. 5. 가게 앞에 이르기도 전에, 뜨겁게 달궈진 번 위에서 마늘 버터가 녹아내리며 퍼뜨리는 냄새가 먼저 공기를 점유해버리기 때문이다. 그 냄새는 묻지 않아도 이곳이 무엇을 파는지 설명해버리는 종류의 것이다. 6. 대표 메뉴인 ‘스파이시 갈릭 햄앤치즈’를 먹어보면, 처음의 예상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마늘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특유의 알싸하고 직선적인 향이 먼저 치고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빵에 스며든 단맛이 전체의 인상을 먼저 장악하고, 그 뒤로 버터의 고소함과 치즈의 짠맛이 겹겹이 따라붙는다. 7. 마늘의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면에서 날을 세우기보다는 한 발 물러나 전체를 감싸는 쪽에 가깝다는 점에서, 기대와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생긴다. 그 어긋남은 어떤 이에게는 균형으로 읽히겠지만, 마늘의 직설적인 힘을 기대한 입장에서는 다소 완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단순히 맛의 만족도로만 평가하기에는, 마늘이라는 재료가 이 땅에서 지니고 있는 의미가 자꾸만 그 판단을 비껴나게 만든다. 9. 단군신화 속에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는 과정은 흔히 원시적 식생활에서 보다 진전된 삶의 단계로 넘어가는 상징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그 맥락에서 보자면 마늘은 단순한 향신 채소가 아니라, 부패와 잡내를 밀어내고 음식을 더 오래 보존하게 하며 인간의 식생활을 한 단계 밀어 올린 일종의 [도구]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마늘은 야생의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으로 건너가게 하는 매개였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삼겹살을 구울 때나 오일 파스타를 만들 때, 그것이 한국 음식이든 아니든을 가리지 않고 마늘을 아낌없이 집어넣으면서도 그 행위를 특별하게 인식하지 않는다. 10. 결국 이 집의 빵이 완벽한가를 묻는 질문과, 이 집이 흥미로운가를 묻는 질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전자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답을 내릴 수밖에 없지만, 후자에 대해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마늘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빵집이, 이상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는 사실. 그 당연함이야말로, 어쩌면 이 칼럼의 결론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마늘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단군의 후예다.

갈릭 보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 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