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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5.0
10일

#삼척 #문화제과 #꽈배기 * 한줄평 : Since 1986, 시간을 반죽하는 빵집 1. 2017년 JTBC에서 방영된 밤도깨비는 가게 앞에서 밤을 새운 뒤 다음 날 아침 첫 손님으로 들어간다는 컨셉의 예능이었다. 생활의 달인에 이어 밤도깨비 첫 방송회차에 삼척의 문화제과가 소개되면서, 한적한 시골 마을의 도넛 가게였던 이 집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2. 1986년 문을 연 이 제과점에선 화려한 케이크나 달콤한 디저트빵이 아닌 도넛과 꽈배기가 주인공이다. 3. 대기줄이 아무리 길어져도, 70대 노부부가 이른 새벽부터 손으로 반죽하고 빚어내는 양이 거기까지이니 하루 50봉지,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소박한 비닐 봉지 안에는 꽈배기 4개와 찹쌀 도넛 4개, 생도넛 1개가 담겨있다. 4. 가게에 들어서면 “저희 꽈배기는 절대 말랑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시선을 잡아끈다. 다들 부드럽다고 내세울 때 딱딱하다고 먼저 일러두는 집이다. 쥐면 묵직하고 베어 물면 바삭하다. 한참 씹으면 찹쌀이 쫀득하게 따라온다. 5. 찹쌀도 밀도 팥도 직접 농사지어 쓴다. 도넛 속 팥소 역시 직접 농사지은 팥으로 채운다. 반으로 갈라 보면 팥소가 그리 달지 않다. 설탕보다 팥 맛이 앞서니 두어 개를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6. 꽈배기와 도넛은 본래 풍요의 음식이 아니었다. 광복과 전쟁을 거치며 미국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와 설탕이 흔해지면서 빵이 빠르게 퍼졌고, 쌀 대신 끼니를 메우던 밀가루가 기름 솥으로 들어갔다. 7. 도시의 번듯한 제과점이 오븐으로 빵을 구워낼 때, 시골 마을의 빵집은 발효한 반죽을 끓는 기름에 던져 설탕을 입히는 도넛과 꽈배기에 집중했다. 한 봉지 값이 헐했으며, 무엇보다 배가 차는 단맛이었으니 일터의 어른과 학교 파한 아이들에게 이만한 주전부리가 또 없었더랬다. 8. 벽에 걸린 낡은 가격표에는 빵 한 개에 몇백 원 하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케이크와 롤케이크, 맘모스빵 가격이 적힌 액자를 보고 있노라니 개업 초기에는 이런 빵들도 만들었겠구나 싶다. 검정 비닐 봉지에 담아 내주는 도넛을 받고 나니 버터와 크림으로 멋을 부린 제과의 역사보다 먼저 가난과 원조의 기억이 따라 나온다. 9. 노포는 그 동네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보여준다. 관광지는 여행자가 찾지만, 노포는 그 지역의 삶이 머물던 자리를 증언한다. 1986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꽈배기와 도넛을 만들어온 문화제과 역시 그렇다. 직접 농사지은 찹쌀과 팥을 반죽해 만든 도넛 한 봉지에는 빵의 역사보다 먼저 한 시대의 생활과 기억이 담겨 있다. 문화제과는 빵을 굽는 가게라기보다 삼척의 시간을 반죽하는 공간에 가깝다.

문화제과

강원 삼척시 근덕면 교가길 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