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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5.0
21시간

#구의동 #옥문 #간짜장 * 한줄평 : 목욕탕을 나오면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1.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허기가 찾아오고, 허기가 찾아오면 괜히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테크노마트 인근 아파트 상가에는 그 순서를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두 가게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프라임 노다지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뒤 모퉁이를 돌아 옥문으로 향하는 일은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 버린 나만의 동선이다. 2. 뜨거운 열탕에 어깨까지 몸을 담그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 종일 굳어 있던 근육이 한 겹씩 느슨하게 풀려 나간다. 물 위로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들려오는 물소리와 사람들의 낮은 대화는 이상하게도 마음까지 느긋하게 만든다. 3. 집집마다 멀쩡한 욕실을 두고도 굳이 수건을 챙겨 목욕탕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본디 우리나라의 목욕탕은 위생의 공간으로 1960-80년대 공동주택이 보급되기 전 온수 시설이 부족했던 시기 공중목욕탕이 대거 들어섰고, 목욕은 취향이 아닌 생활의 의무가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아파트 보급률이 급증하며 집집마다 욕실이 생긴 지금, 살아남은 목욕탕들이 파는 것은 위생이 아니라 몸을 데우고 땀을 빼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다시 말해 [회복]에 가깝다. 4. 위생이 존재 목적이던 시절에는 집 앞 목욕탕을 가는 것이 당연했으나, 회복이 목적인 요즘에는 굳이 멀리까지 사우나 원정을 가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테크노마트 인근 아파트 상가에 소재한 [프라임 노다지 사우나]는 오랜 세월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로컬 노포 목욕탕으로 수질이 특별하기로 유명하다.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냉탕에서 다시 몸을 식히는 행위를 반복하고 나면 속이 텅 빈 듯 가벼워지며 괜히 짜장면 생각이 난다. 5. 중식 애호가들에게는 맛있는 중국집을 찾는 나름의 기준이 있으니 바로 중식이 값싼 한 끼의 대명사로 소비되던 시절을 버텨 낸 가게를 찾는 것이다. 그런 시간을 지나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다면 적어도 손님을 다시 불러들이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6. 간짜장 한 그릇을 받아 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짜장에 양파만 볶아낸 반짜장이 흔한 이 시점에 옥문은 정석대로 주문이 들어와야 비로소 춘장과 재료를 볶아 내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옥문의 간짜장은 주키니 호박과 돼지고기,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센 불에 볶아 내는데 건더기의 식감과 불향이 또렷하다. 소스를 면 위에 덜어 잠시 뜸을 들이면 윤기 도는 춘장이 면발 사이사이로 천천히 스며든다. 7. 간짜장이 이 정도라면 다른 메뉴에도 자연스레 손이 간다. 옥문의 또 다른 얼굴은 탕볶밥이다. 탕수육과 볶음밥을 한 접시에 담아 낸 메뉴인데, 흥미로운 것은 곁들여 나오는 짜장 소스다. 큼직한 감자가 들어간 옛날 짜장으로, 방금 먹은 간짜장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8. 한쪽은 아삭한 식감과 불향이 살아 있고, 다른 한쪽은 푹 익어 달큰하고 묵직하다. 같은 춘장에서 시작했지만 전혀 다른 두 짜장을 한 상에서 만나는 셈이다. 9. 볶음밥 위를 덮은 계란 지단도 눈길을 끈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바쁜 점심시간에도 그 한 단계를 생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집 주방의 태도가 보인다. 10. 간짜장은 9천 원, 탕볶밥은 1만1천 원이다. 두 가지를 시키면 즉석에서 볶아 낸 간짜장과 옛날 짜장, 볶음밥과 탕수육, 짬뽕 국물까지 다섯 가지 맛이 한 상에 오른다. 노란 단무지 한 조각을 베어 물고 볶음밥 위로 감자가 든 짜장을 천천히 끼얹는다. 11. 창밖으로는 목욕을 마친 사람들이 불콰한 얼굴로 상가를 빠져나가고 있다. 몸을 데우고, 허기를 채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생각해 보면 목욕탕도 중국집도 결국은 비슷한 일을 한다. 사람을 조금 풀어 놓고, 조금 따뜻하게 만들어 돌려보내는 일 말이다.

옥문

서울 광진구 광나루로56길 63 현대프라임아파트 프라자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