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팔백집 #쫄돼지갈비 * 한줄평 : 부침 많은 성신여대 상권에서 20년을 버틴 식당 1. 유행이 바뀌는 속도로 치자면 대학가만 한 곳이 없다. 이번 학기의 맛집이 다음 학기엔 잊히고, 인테리어 좋다고 소문났던 카페가 방학을 두 번 넘기기 전에 간판을 내린다. 2. 성신여대 앞도 다르지 않아서, 한때 이 거리를 상징하다시피 했던 빵집 태극당마저 2021년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버거킹이 들어섰다. 터줏대감이라 불리던 가게도 이럴진대, 하물며 이름 없는 밥집 하나가 스무 해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킨다는 건 이 동네 기준으로는 이변에 가깝다. 3. [팔백집]이 그 이변의 주인공이다. 2007년 문을 연 이 집의 간판 메뉴는 쫄갈비, 돼지갈비를 냄비째 올려 육수를 부어가며 졸여 먹는 음식이다. 4. 낯설게 들리는 이름과 달리 조리의 틀 자체는 낯설지 않다. 서울식 불고기 역시 얇게 저민 고기를 불판 가운데 얹고, 가장자리에 부은 육수에 버섯과 당면을 곁들여 졸여 먹는 방식이니 말이다. 소고기 대신 돼지갈비를, 볼록한 불판 대신 깊은 냄비를 썼을 뿐 뼈대는 그대로다. 굳이 계보를 그리자면 쫄갈비는 이 오래된 조리법이 부위를 바꿔 입고 대학가로 흘러든 결과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5. 성신여대 앞은 오래도록 자취생과 하숙생의 동네였다. 지갑은 얇고 배는 고픈 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드는 상권에서, 이 집은 처음부터 그들을 향해 문을 열었다. 6. 직화로 구운 고기에는 두 가지 셈이 따라붙는다. 불판 위에서 금세 타버린다는 것, 그리고 정해진 양이 정해진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 더 먹으려면 더 시켜야 하고, 시키는 만큼 지갑은 가벼워진다. 7. 냄비에 앉혀 졸이는 고기는 이 셈에서 자유롭다. 육수를 부어가며 양을 얼마든지 불릴 수 있고, 무생채와 버섯과 부추가 그 자리를 메운다. 채소로 양을 늘리고, 국물로 시간을 늘리는 사이 소주잔은 몇 순배씩 돌고, 자리는 두어 시간을 훌쩍 넘긴다. 술값은 아까워도 자리는 오래 지키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보다 맞춤한 조리법은 없었을 것이다. 8. 먹는 순서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먼저 고기를 뒤집고, 어느 정도 익으면 가위로 잘라낸다. 그 위에 무생채와 버섯과 부추를 얹고 숨이 죽기를 기다린다. 국물이 졸아들면 계속 부어가며 간을 맞추고, 당면사리를 더하는 손님도 있다. 갈비를 절반쯤 먹고나면 시래기밥을 주문하고, 그 밥을 남은 양념에 눌러 붙여가며 볶아 먹는다.
팔백집 돼지갈비
서울 성북구 보문로30길 4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