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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5.0
12일

“밥은 먹었어?”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인사입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한데 우리는 왜 밥부터 물었을까요. 끼니를 거르는 일이 흔했던 시절, 밥을 먹었다는 것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있다는 말과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안부를 물었고,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밥 한번 먹자”고 했습니다. 먹고사는 일은 ‘밥벌이’가 되었고, 제 몫을 다하는 것은 ‘밥값을 한다’고 했습니다. 어른이 먹는 밥은 ‘진지’라 높여 불렀습니다. 제사상에는 조상을 위한 밥을 올렸고, 장례에서는 망자를 저승까지 잘 인도해 달라는 뜻으로 저승사자에게 사자밥을 차렸습니다. 밥심, 밥줄, 밥값, 찬밥 신세, 한솥밥, 밥그릇…. 우리말에는 유난히 ‘밥’이 들어간 표현이 많습니다. 생계를 말할 때도, 관계를 말할 때도, 사람의 처지를 말할 때도 밥을 빌려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밥은 먹었어?”라고 묻는다면, 그 말은 때로 “잘 지내고 있지?”에 더 가깝습니다.

음식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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