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밥상에는 왜 유독 국밥이 많을까요? 한반도는 오랫동안 농경 사회였습니다. 농사는 많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했고, 마을에서는 두레와 품앗이로 일을 나눴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했으니 식사 역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먹이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큰 솥에 국을 끓이면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을 더해 양을 늘리기도 쉬웠고, 밥과 국만으로도 한 끼가 됐으니 여러 찬을 마련할 필요도 적었습니다. 공동체의 식사였던 국밥은 장시와 주막으로 옮겨갔습니다. 미리 끓여둔 국에 밥을 내면 장꾼과 나그네가 빠르게 허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지역이 달라지면 솥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달라졌습니다. 서울에서는 소고기와 사골이 설렁탕으로, 전주에서는 콩나물이 콩나물국밥으로, 나주에서는 도축장에서 나온 여러 부위가 곰탕으로 이어졌습니다. 대구에서는 국과 밥을 따로 내는 방식 자체가 ‘따로국밥’이라는 이름이 됐습니다. 전쟁과 피란도 음식의 지도를 바꿨습니다. 부산의 돼지국밥과 속초의 아바이순대국에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새로운 땅에서 이어간 음식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국밥은 하나의 정해진 조리법이라기보다,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사람들의 생활을 받아들이며 달라질 수 있었던 식사의 형식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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