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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주경옥 #고사리칼국수 * 한줄평 : 주경옥에서 발견한 고사리의 달라진 위상 1. 성북동 주경옥은 평안도 만둣국과 육즙 만두를 내는 식당으로 올해 6월 개업한 신생 업장이다. 주인장의 할머니 존함을 상호로 내걸고 이북 음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전통적인 평안도 음식 외에도 고사리 칼국수 같은 색다른 메뉴를 갖추고 있다. 2. 이날 평안도 만둣국과 육즙 만두를 주문했지만, 정작 내 관심은 고사리 칼국수에 있었다. 만두라는 음식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어 특별하다고 할만한 포인트를 시중에서 만나기 어려워진데다 신당동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고사리 파스타와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3. 고사리 칼국수는 제주 고사리육개장이 연상될 정도로 잘게 찢어낸 고기와 고사리가 어우러진 걸쭉한 국물은 일품이었다. 면을 건져 먹다가 남은 국물이 마냥 아쉬워 공깃밥을 추가했는데, 내 입맛에는 밥을 말아 먹는 편이 훨씬 좋았다. 4. 우리네 밥상에서 고사리는 오랫동안 나물 반찬으로 익숙한 식재료이다. 명절이면 삼색나물로 상에 올랐고, 비빔밥에서는 여러 나물 가운데 하나였다. 육개장에도 들어갔지만 주재료라기보다는 맛을 거드는 역할이었다. 물론 제주 고사리육개장처럼 고사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향토음식도 존재하긴 하나 이는 바다 건너 제주땅의 밥상이지 육지 밥상에선 고사리는 언제나 밥상의 조연이었다. 5.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고사리가 일상적인 외식 메뉴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신당동 고사리 익스프레스에서는 고사리로 파스타 소스를 만들고, 성북동 주경옥에서는 고사리 국물에 칼국수를 넣는다. 조리법은 다르지만 두 식당 모두 고사리를 음식의 중심에 놓는다. 6. 이제는 음식에 들어가는 부재료였던 고사리가 그 음식을 주문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이는 익숙한 식재료를 바라보는 요리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사리를 나물로 무치는 대신 소스로 만들고, 푹 끓여 국물의 농도를 낸다. 오랫동안 먹어온 재료에서 새로운 맛을 찾아내는 시도다. 7. 아직 외식업계 전반의 흐름이라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고사리가 나물 반찬이라는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경옥에서 주문한 메뉴는 고사리 칼국수였지만, 내 기억에 남은 것은 공깃밥을 추가해 말아 먹었던 그 걸쭉한 국물이다. 마침 가을비 진하게 내리는 으슬한 날, 보약 한첩 잘 먹은 기분이다.

주경옥

서울 성북구 성북로2길 20 1층